[특별기고]트럼프 발 관세,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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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트럼프 발 관세, 위기를 기회로
  • 경상일보
  • 승인 2025.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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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룡 울산시의회 의장

트럼프 발 관세 전쟁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4년 만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관세 전쟁은 이미 예고됐었다. 세계가 트럼프의 입을 주목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관세 폭탄이라는 시한폭탄의 초침은 속절없이 흘렀다. 트럼프의 입은 거침 없었고, 즉각적으로 행동에 옮기겠다는 공포탄을 폭죽처럼 터트렸다. 미국엔 축복이지만, 다른 나라엔 재앙의 신호탄이었다. 협상 테이블에 앉은 미국은 느긋했고, 상대국은 초조했다.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할 쓸만한 변변한 무기가 없다는 현실 앞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는 협상이지만, 속내는 항복과 굴복을 강요하는 미국 앞에서 대부분 나라가 고양이 앞 쥐 꼴이다. 미국은 느긋하면서도 단호하게 협상 시한을 각국에 전달했고, 우리나라도 8월1일을 최종 시한으로 통보받았다. 혼란한 정국 탓에 시일은 촉박했고, 준비는 제대로 되지 않아 협상 타결이 낙관적이지 않았다. 타결되더라도 상당한 후유증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협상 시한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우여곡절 끝에 최종 시한을 하루 앞둔 7월31일 전격적으로 타결됐다. 우리나라는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인 15%의 상호 관세가 적용돼 시행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누리던 무관세 혜택은 줄어들었지만, 상대적으로 경쟁국보다 낮은 관세를 부과받았다. 그래서 최악의 조건에서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협상 불발에 따른 불확실성은 제거되었지만, 협상 타결에 따른 청구서는 혹독한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없는 게 없는 모든 산업이 망라된 울산은 관세 전쟁의 한 복판에 있었다. 협상의 내용에 따라 울산 지역 산업현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걱정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조심스럽게 되살아난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협상이 되지 않길 한마음으로 바랐다. 가뜩이나 석유화학을 비롯한 일부 산업은 침체국면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압박은 울산의 산업과 경제에 엄청난 회오리를 몰고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뒷짐만 지고 바람 앞에 촛불이 그냥 꺼지도록 바라볼 순 없다. 도시의 명멸과 시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역협회 울산본부가 관세 협상 타결 이후 내놓은 ‘한미 관세 협상 주요 내용 및 울산 수출 영향 브리프’에 따르면 울산의 대미 수출 때 연간 33억달러의 관세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울산 주력 산업의 양대 축인 자동차와 조선의 희비가 엇갈렸다. 자동차는 지난해에만 150억달러를 수출해 전체 대미 수출액의 64.1%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고, 이 금액을 기준으로 한미 협상으로 결정된 15% 관세율을 적용하면 22억5000만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조선업은 오는 10월부터 적용되는 중국 선박·선사에 대한 입항수수료 부과에 따른 반사이익과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협력펀드 조성을 통한 선박 건조와 유지·보수·운영(MRO) 등에 대한 수혜가 기대된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한국 조선업에 남다른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트럼프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이번 관세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을 상대로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전략이 주효했다는 점도 이 같은 기대감을 높였다. 트럼프 발 관세 폭탄은 분명 위기이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트럼프가 오는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석하고, 세계 조선업의 중심인 울산의 현대중공업을 방문할 수 있다면 관세 타결의 효과를 보다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울산시의회는 울산시와 함께 지역 수출 기업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집행할 예정이다. 상공회의소 등과 함께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중앙 정부에도 울산 지역 기업에 더 많은 관심과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울산시의회 차원에서도 산업건설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업의 애로와 민원을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현장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 한미 관세 타결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온 울산의 힘과 저력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수 있도록 울산시의회가 맨 앞에 서겠다.

이성룡 울산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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