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포괄 2차병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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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포괄 2차병원에 대하여
  • 경상일보
  • 승인 2025.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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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얼마 전까지 병원계는 포괄 2차병원이라는 주제로 떠들썩했다. 이른바 ‘수도권 대형병원까지 가지 않아도 될 수준의 진료와 역량을 갖추게 한다’는 포괄 2차병원 육성 계획이 올해 초 발표됐고 상반기에 준비, 심사를 거친 후 한달 전인 7월 최종 지정이 되었다. 이 과정들이 의정갈등으로 대학병원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 이뤄졌기에, 앞으로의 의료정책 및 정부 의도의 큰 방향을 보여준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울산에는 필자가 일하고 있는 울산병원, 그리고 동강병원, 시티병원, 좋은삼정병원 이렇게 4개 병원이 포괄 2차 병원에 선정되었다. 이 4개 병원은 앞으로 중환자실 수가, 24시간 진료가 가능한 분야 등에 관련해 지원을 받고 동시에 기능혁신 요구를 받게 된다. 내년 이후부터는 매년의 평가를 통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의료기관은 1, 2, 3차로 분류가 된다. 1차는 의원 및 30병상 미만 병원, 2차는 30병상 이상 병원 및 종합병원, 3차는 상급종합병원(보통 대학병원)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대학병원인데 3차가 아닌 2차인 곳도 있지만 대략 이리 나뉘며, 포괄 2차병원은 2차병원들 중에서도 차등을 둬서 요건을 충족한(의료기관 인증 및 가능한 수술범위, 응급의료기관 여부 등) 병원에 지원을 하고 그만큼 책임을 요구하며 육성하는 사업이다. 지역내 뛰어난 병원을 지원하고 기능을 강화해 전국민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재원이 따로 마련되는게 아니라 건강보험기금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전체 의료기관에 갈 금액을 나눠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병원들을 만드는게 아니냐는 일부 시각도 있다. 그 시각 이해는 가지만 개인적으론 현재 우리나라에 가장 혜택이 필요한 환자군은 중증도가 있는 환자들이고 그런 환자를 보는 병원들 위주로 지원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정책의 명분이 크다 생각한다.

각 도시간 의료의 위상을 비교할 때 언론 및 정치권에서 쓰이는 몇몇 지표들이 있다. 병원업을 하고 있기에 그런 비교 및 지표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유심히 봐왔었는데 먼저 대학병원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가를 따졌고, 종합병원의 숫자 역시 중요하게 생각했다. 울산은 광역시지만 대학병원이 한 곳이라는 게 지역의 약점으로 간간이 언급되어 왔고, 종합병원의 숫자 역시 10년전만 봐도 동구 울산대병원, 중구 동강병원, 남구 울산병원 이렇게 3곳 밖에 없었기에 이 역시 말이 나왔었다. 이후엔 지역의 응급의료센터 숫자가 얼마나 되는가도 오르내렸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런 단순한 숫자 비교가 의료의 절대적인 질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직관적인 데다 현재까지도 많이 쓰이는걸 보면 현실적으론 대중적인 판단의 근거라 봐야겠다. 울산은 10년전보다 많이 발전했다. 울산의 응급의료센터는 특히 광역시 기준 인구 규모가 비슷한 대전(현 5개소)과 비교가 많이 됐었는데 이제는 권역 1개소, 지역 4개소 총 5개소로 동수가 되었으며, 종합병원의 숫자는 북구 시티병원 등 추가 지정된 곳들을 합쳐 7곳으로 과거의 두배가 되었다. 대학병원은 여전히 울산대학병원 한 곳이지만 전국적 기준으로도 뛰어난 3차병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대중적 비교지표 중 하나로 각지역의 포괄 2차병원 숫자가 포함될 수도 있어 보인다. 지정받은 전국의 병원들을 보니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각 지역의 유명병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괜히 어깨가 무겁고, 이를 계기로 더 발전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압박까지도 느껴진다. 필자뿐만 아닌 4개 병원 관계자 모두가 그러지 않을까.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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