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압박’만으로는 울산 석유화학 구조조정 성공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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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압박’만으로는 울산 석유화학 구조조정 성공 못한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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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의 본격화를 선언하며 최대 370만t 설비 감축을 요구했다. 이는 국내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능력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최소 3개 대형 NCC가 멈춰야 할 판이다.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NCC 생산 용량은 S-OIL ‘샤힌 프로젝트’ 가동 이후 2027년께면 약 336만t에 달한다. NCC 구조조정이 현실화되면 울산에서도 수백개의 일자리 감소와 협력업체 연쇄 타격이 우려된다.

정부가 20일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추진 방향’은 생산 감축에 적극 나선 기업에는 맞춤형 지원을, 구조개혁을 외면한 채 정부 지원만 기대하는 기업에는 지원 배제라는 양면 전략을 내세웠다.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추진 방식은 ‘선 자구책, 후 지원’ 뿐이다. 압박만 있고 실질적 지원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구조조정은 ‘재도약’이 아니라 ‘생존 축소’로 끝날 우려가 크다.

울산 석유화학업계가 직면한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기업 간 협력과 설비 통합이다.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가 추진해온 NCC 통합 논의는 이해관계 차이로 진전이 없었지만, 이번 정부의 압박으로 재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S-OIL의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에 들어가면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기존 NCC의 범용제품 중심 구조는 수익성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고용 충격 완화다. 설비 폐쇄와 통합은 곧바로 일자리 불안으로 이어진다. 석유화학이 차지하는 울산 고용 비중을 고려하면 지역사회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고용유지지원금 확대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같은 정부 차원의 안전망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셋째, 산업 체질 개선과 중소기업 보호다. 구조조정의 종착점은 고부가가치 전환이다. 범용제품에서 벗어나 스페셜티 화학, 친환경 소재로 재편하지 못하면 위기는 반복된다. 이를 위해선 R&D 세액공제, 전략기술 설비 투자 관세 감면 같은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대기업에만 맞춰진 구조조정은 수십 개 협력업체를 고사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금융권의 유동성 지원이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선제적 안정망으로 작동해야 하는 이유다.

결국 울산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조정은 기업 간 빅딜과 정부의 제도·금융·고용 대책이 동시에 맞물릴 때만 현실성이 담보된다. 정부가 감축 목표만 내세우며 압박한다면, 구조조정은 실효성을 잃고 지역경제 충격만 키울 것이다. 울산의 생존은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정부가 얼마나 책임 있게 지원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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