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40)]눈 맞추며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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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40)]눈 맞추며 말하기
  • 경상일보
  • 승인 2025.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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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우리가 대화를 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대화 중에 눈길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사람의 눈에는 자신의 희로애락 등 모든 감정이 담겨있다. 그래서 ‘눈으로 말을 한다’는 말까지 한다. 눈길은 상대와 직접 보면서 말할 때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는 비언어적 표현 중의 하나이다.

눈길은 대화에서 상대에 대한 사랑과 관심, 집중, 신뢰감과 친밀감을 표현하는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눈길은 권위와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논쟁을 하거나 힘겨루기를 할 때 상대를 노려보는 눈길은 강한 공격적인 힘이 되기도 하고 상급자와 하급자 관계에서는 눈길이 권위의 표시가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상대와 대화할 때는 눈을 맞추면서 말하는 것이 대화의 기본이고 상대에 대한 예의이다. 그런데 상대와 눈을 맞추면서 말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우리 문화에서는 상대와 눈을 맞추면서 말하는 것은 말할이나 들을이 모두가 부담스러워 하거나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두 사람이 대화를 할 때는 상대와 계속 눈을 맞추면서 말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눈을 맞추어 말하다가 가끔 미간이나 입 등 얼굴의 다른 곳으로 눈길을 옮겨가면서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옛날 선비들의 예법을 가르친 사상견례(士相見禮)에 다음과 같은 눈길에 대한 가르침이 있다. ‘상대와 말할 때 처음에는 얼굴을 보고 다음에 가슴을 보고 끝에 가서 다시 얼굴을 보라. 얼굴보다 위를 보지 말고 띠보다 아래를 보지 말며 서 있으면 발을 보고 앉아 있으면 무릎을 보라(명륜14).’ 고 했다. 새겨볼 만한 가르침이다.

대화 상대가 두 사람 이상일 때는 눈길을 옮겨가면서 말을 하면 눈길 처리가 크게 어렵지 않다. 더구나 여러 사람일 경우에는 그들에게 시선을 골고루 나누어 주면서 말하는 것이 편하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그리고 눈 맞추기는 인간의 사회성과 인지·정신 상태와 관련이 깊다. 보통의 어린이는 성장하면서 어머니와 눈을 맞추다가 점차 다른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눈 맞추는 대상을 넓혀간다.

그러나 인지 발달이나 사회성과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어린이는 상대와 눈 맞추기를 피하고 어려워 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자폐증세가 있는 어린이가 남들과 눈 맞추기를 어려워하는 것과 같다. 그럴 때는 눈 맞추기와 눈 맞추며 말하기를 체계적으로 연습을 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눈 맞추어 말을 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감과 자존감도 가질 수가 있다.

우리 모두 언제나 서로 따뜻한 눈길, 사랑이 담긴 눈길, 편안한 눈길을 주고받으면서 말하고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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