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불황으로 울산 석유화학 기업이 또다시 울상이다. 최근 수십년간 10여년을 주기로 불황과 회복을 반복해 왔지만, 이번 위기는 구조적 불황까지 짙어지며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NCC(나프타분해설비)를 운영하는 울산 석유화학 기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원가율은 100%를 넘어섰다. 제품을 팔고도 손해를 본 셈이다. 국내 업계 전체의 상반기 적자 규모는 1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팬데믹 때보다 더 큰 위기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 개편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정부는 국내 NCC 설비의 25%를 줄이는 구조 개편 방안을 내놨다. 울산에서도 SK이노베이션과 대한유화가 참여해 연말까지 사업 재편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업계는 자구노력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사실상 설비 감축과 고부가 제품 전환은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 과제다. 단기적으로는 이익 악화와 고용 불안이 불가피하다.
석유화학업계는 현재 자구노력만으로 버티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구조 개편이라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이는 중장기 과제일 뿐 당장의 고통을 덜어주진 못한다. 기업들이 숨을 고르며 체질 개선에 나설 최소한의 여유는 필요하다. 특히 이번 위기는 과거처럼 몇 년 버티면 회복될 일시적 불황이 아니다. 중국과 중동의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 석유화학 전환, 그리고 에너지·전기요금 고비용 구조까지 겹치면서 업계는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단순한 경기순환이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구조적 불황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고통은 더 길고 깊어질 수 있다.
또 문제는 이런 위기 속에서도 기업들이 울산상의 회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상의회비는 전년도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산정된다. 석유화학 기업처럼 원유 구매비와 유류세가 포함돼 매출 규모만 큰 업종은 실제 이익과 무관하게 높은 회비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지금의 부과 체제 아래에서는 수천억대 적자를 내고도 억대 회비를 내야 한다. 지역 산업계에서 한시적으로라도 회비 감면을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상공회의소는 지역 기업의 발전과 상생, 지역 경제의 발전을 위한 단체다. 회원사의 권익을 대변하고, 기업의 어려움을 정부와 사회에 전달해 관철되게 하는 것이 소명이다.
울산상의가 회비 감면 문제를 깊이 있게 살피고, 전기요금 인하·세제 지원 등 석유화학 기업을 위한 현실적 대책 마련을 정부에 적극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회원사의 권익을 지키는 길이다. 산업 구조조정의 고통을 기업들만 떠안게 해서는 안 된다. 울산상의가 지역 기업의 버팀목으로서 목소리를 높일 때, 장기 불황의 파고 속에서 울산 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서정혜 정경부 차장대우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