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주군 상북면 상북농공단지에서 서울주IC로 향하는 길. 부로산터널을 지나기 전 마을 어귀에서 커다란 회화나무 한 그루가 길손을 맞는다.
울주군 상북면 길천리 184-2에 자리한 천전1리 당산나무다.
뿌리 부분 둘레 4.3m, 가슴높이 둘레 3.5m에 이르는 이 회화나무는 높이 약 10m, 가지 폭은 남북으로 21m, 동서로 16m에 달한다.
당당한 풍채만큼이나 마을의 정신을 상징해온 존재다. 천전1리 주민들은 이 나무를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긴다.
매년 정월대보름 자정, 마을 주민과 인근 사찰의 스님이 동제를 지낸다. 60여년 전 스무 살 나이에 이 마을로 시집온 84세 어르신은 “저 나무는 손대면 절대 안 되는 신목(神木)”이라고 말한다. 곧게 뻗은 줄기는 그 말처럼 마을을 지키는 장군처럼 늠름하고 위풍당당하다.
지난 8월17일 찾은 회화나무의 생명력은 예전 같지 않았다. 한창 꽃을 피울 시기였지만 가지 몇 군데에만 꽃송이가 달렸다. 마을 이장도 “꽃이 피긴 했네?”라고 말할 정도다. 이 나무는 3년 전 외과수술을 받았다. 썩고 마른 가지를 제거하고, 나무 중간중간에는 당김줄이 설치됐다.

하지만 눈으로 확인되는 나무의 상태는 좋지 않다. 가지는 부실하고, 잎은 작아졌으며, 썩은 흔적과 혹처럼 부풀어오른 부분도 곳곳에서 보인다.
원인은 나무의 뿌리가 숨 쉴 공간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나무 아래는 단 1m 정도만 흙이고, 그 주변은 모두 콘크리트로 덮여 있다. 배수로 옹벽과 콘크리트 구조물은 뿌리의 확장을 막아버려 뿌리가 숨을 쉬기 힘든 채로 오랜 시간이 흘렀다.
천전1리 회화나무는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당산나무를 살리기 위해선 뿌리 호흡을 위한 콘크리트 제거, 유공관 설치 등이 필요하다. 나무를 지키는 일은, 결국 우리가 살아온 자연역사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