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산 시장의 대표 라이벌인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이 캐나다의 60조원 규모 잠수함 도입 사업 수주에 성큼 다가섰다. 과거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 수주를 놓고 앙금이 쌓였던 양사가 해외 수주전에서 처음으로 ‘원팀’을 꾸려 최종 결선에 안착한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 관계를 넘어, 해외 방산 시장에서 ‘공조 체제’라는 혁신적 협업 모델로 K-방산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
방위사업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사업에서 독일 TKMS와 함께 숏리스트에 선정됐다.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등 유럽의 대표 방산업체들과의 경쟁을 뚫고 결승 티켓을 거머쥔 것이다.
이번 사업은 디젤 잠수함(최대 12척) 도입 비용만 최대 20조원 규모이며, 향후 30년간 운영·유지 비용까지 포함하면 계약 규모는 최대 6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한국 방위산업의 글로벌 입지를 크게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는 추가 사업자 평가를 거쳐 내년 중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호주 호위함 사업에선 두 업체가 각자 수주전에 뛰어들었다가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방사청의 적극적인 중재 아래 이번 캐나다 사업에서는 ‘원팀’ 협력 모델이 적용됐다. 한화오션이 주관하고 현대중공업이 이를 지원하는 형태로 단일팀을 구성한 것이다. 양사는 앞으로도 해외 함정사업에서 ‘원팀’을 꾸려, 현대중공업은 수상함 수출사업을, 한화오션은 잠수함 수출사업을 주관하며 상호 협력할 계획이다.
‘국익’을 최우선에 둔 양사의 협력 모델은 K-방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어제의 적’이 ‘같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오월동주 관계로 발전한 것은 큰 진전을 의미한다. 앞으로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더라도,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주이몽(同舟異夢)’이 아닌, ‘동주동몽’의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나야 한다.
다만, 이러한 ‘적과의 동침’ 협력 모델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조선업계가 직면한 내우외환의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매년 반복되는 노사 갈등과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수직적 공급망 구조인 조선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 안으로는 협력적인 노사 관계를 정립하고, 밖으로는 공동의 위협에 맞서는 합심협력의 자세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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