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데헌(K-Pop Demon Hunters의 줄임말)’의 세계적 성공은 문화콘텐츠가 우리나라의 이미지와 경쟁력에 미치는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노래와 춤을 따라 하는 수많은 동영상이 유튜브를 채우고 있고, 미국의 시카고에서는 이 노래를 부르며 도시 관광을 하는 ‘케데헌 싱어롱(Sing-Along) 시티투어 버스’도 운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본 많은 외국인들이 영화의 중요한 배경인 서울의 낙산공원 성곽길, 북촌한옥마을, 남산타워 등을 방문하고 있다. 더 주목할 점은 영화에 등장하는 전통민화 속의 까치호랑이 기념품 구매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방문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립중앙박물관은 2025년 상반기에만 114억원의 기념품 매출을 올리며, 전통문화와 현대 콘텐츠의 결합이 가져오는 경제적, 문화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케데헌’의 성공은 우리에겐 익숙한 한국문화를 경계인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현실에 기반을 둔 창의적 묘사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 냄으로 가능했다. 이 영화의 감독, 작곡, 가수, 성우와 같은 핵심적인 분야에서 한국계 캐나다인, 한국계 미국인들이 한국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매력적인 서사((敍事)를 구성한 것도 큰 성공요인이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울산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상징적 도시이자, 고래와 바다, 산업과 생태가 융합된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문화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케데헌’의 성공이유를 분석하면, 울산만의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첫번째로 울산의 산업유산을 문화콘텐츠와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케데헌’이 한국의 전통 무속과 현대 K-pop을 결합했듯이, 울산의 산업유산과 현대 문화를 융합한다면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현대중공업의 거대한 크레인들과 선박블록들이 가득한 조선소는 미래적이고 웅장한 시각적 감흥을 제공한다. 이를 배경으로 한 SF 액션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제작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면, 울산의 산업 기반이 새로운 도시이미지로 탈바꿈 될 수 있다. 두번째는 고래문화와 해양문화의 현대적 재해석이다. 장생포 고래문화마을과 고래박물관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고래 관련 문화유산이다. ‘케데헌’에서 전통 민화속의 호랑이와 까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한 것처럼, 울산의 고래 설화와 해양문화를 새로운 관점에서 재창조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고래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나 웹툰, 게임 등을 개발한다면 울산의 해양문화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 수 있다. 세번째는 울산만의 독특한 야경과 산업 경관을 활용한 관광산업이다. 서울의 남산타워가 ‘케데헌’에서 상징적 장소로 활용된 것처럼, 울산의 석유화학단지 야경이나 현대중공업의 웅장한 조선소 풍경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상작품의 배경이 될 수 있다. 네번째는 지역 먹거리와 문화의 연계성을 높이는 것이다. ‘케데헌’를 본 외국인들이 김밥과 라면 등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갖고 이를 경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것처럼, 울산을 대표하는 음식과 문화를 연계한 차별화된 상품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울산 문화(U-Culture) 생태계 구축이다. ‘케데헌’의 성공이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문화·관광 수요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탄탄한 한국 문화 생태계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예술인, 지역 대학과 문화예술 기관, 관련기업들이 연계한 문화콘텐츠 창작 지원 시스템을 더욱 확충하고 고도화 하여, 울산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제작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케데헌’의 성공은 한국전통과 현대문화의 창의적 결합, 현실적인 장소와 가상적 이야기의 완벽한 연결, 체계적이고 차별화된 홍보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케데헌’의 성공 방식을 참고하여 울산만이 가질 수 있는 산업문화와 해양문화를, 차별화된 문화자산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