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석유화학업계가 뿔났다. 정부가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 중 전남 여수와 충남 서산만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한 탓이다. 울산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부터 중국의 자급률 상승, 글로벌 수요 감소, 공급 과잉 등이 맞물려 구조적 장기 침체에 빠졌다. 공장 가동률은 급락했고, 설비 투자는 중단됐으며, 영업 적자는 누적돼 생존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업들은 이미 인력 감축과 사업 재편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장기 불황 속에서 버티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데도 울산만 산업위기지역 지정에서 제외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전남 여수에 이어 충남 서산과 경북 포항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지역의 석유화학 및 철강 산업이 심각한 업황 악화에 직면하자, 정부는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통해 종합적인 지원에 나섰다. 해당 지역의 기업들은 국세·지방세 납부기한 연장,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등 다양한 혜택을 받게 된다.
울산 석유화학의 위기는 이제 생산 감소를 넘어, 일자리 감소로 전이되며 지역 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가 생산 능력의 최대 25% 감축을 명령한 나프타분해센터(NCC) 10곳 중 3곳이 울산에 위치할 정도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울산시는 그동안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정부에 강력히 건의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정부는 울산의 석유화학 산업 위기가 여수나 서산과 비교해 덜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울산이 석유화학 산업 외에도 자동차와 조선 등 다른 주력 산업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이유로 석유화학 위기가 간과되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 석유화학 산업은 지역내총생산(GRDP)의 45%를 차지하며, 지역 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는 단순히 수치상 문제를 넘어서, 지역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산업위기 대응지역 지정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와 같은 정성적 요소를 좀 더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울산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를 외면하는 것은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행위나 다름없다. 정부는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즉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석유화학 산업을 살릴 소중한 골든타임이 점차 소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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