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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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 경상일보
  • 승인 2025.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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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

공정과 상식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사회에 대한 기대는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바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직 후보자 선발 과정에서 이러한 기준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에 새로 임명된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발탁은, 우리 사회가 자랑하는 가치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먼저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살펴보자. 그는 과거 SNS에 “잘 가라 병신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사건을 희화화하거나 천안함 음모론 관련 글을 공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송구영신의 의미였고 비하 의도는 없었다”는 해명을 했지만, 이는 국민 정서를 경시하는 태도로 비쳐졌다는 비판도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음주운전 경력이다. 2003년, 면허 취소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0.187%)로 적발되어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있었으며 본인은 “잘못된 행동이며 현재 운전을 하지 않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공직 후보자로서, 특히 교육부 장관이라는 중대한 책임을 지려는 인물의 과거 음주운전은 상식적으로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결격 사유이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도 있다. 천안함 음모론 공유,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조롱 표현 등은 교육부 장관 후보로서 정치적 중립성과 상식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 이로 인해 야권은 “친북 정치 선동가”라고 규정하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다음으로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게 눈을 돌려보자. 그는 분배 정의와 공정한 시장 질서를 강조한 진보 경제학자이며, 서울대 분배정의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정책적 전문성은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지명 이후 드러난 상습 세금 체납 이력은 그의 공정성에 치명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국세와 지방세, 과태료를 체납하여 재산이 압류된 사실이 드러났고, 지명 직후 4차례에 걸쳐 약 60만원을 분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공정거래를 감독할 자리의 후보자가 스스로 납세의무를 방치해왔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바라는 공직자의 도덕성과 상식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과태료와 지방세를 체납하며 조세에 불복하는 사람이 어떻게 공정거래위원장이 되어 불공정거래를 규제할 수 있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런 후보자가 ‘경제 강자의 갑질을 바로잡겠다’는 주장만으로 이 자리에 오르는 것이 합당할 것인가? 공적 공정성을 주창하는 후보자가, 사적 영역에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했다면 이는 큰 모순이다.

이들 후보 사례를 통해 공직 후보자에 대한 기본적 심사 기준-과거 행실의 성찰, 납세의무 준수, 정치적 중립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확인해야 한다. 후보자 개인의 전문성과 비전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철저히 도덕성과 기본 윤리에 기반할 때만 의미가 있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변화와 개혁은, 낡은 관행을 해결하자는 자리에 부적절한 관행의 인물을 내세우는 것으로는 이룰 수 없다.

공자는 일찍이 “자신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행해지고, 자신이 바르지 않으면 아무리 명령해도 따르지 않는다(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라고 하여 지도자의 도덕적 정당성 없이는 제도와 지시는 힘을 잃는다고 하였다. 맹자 또한 “천하를 얻는 데에는 도리가 있으니, 백성을 얻으면 천하를 얻고, 백성을 얻는 데에도 도리가 있으니,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백성을 얻는다(得天下有道 得其民 斯得天下矣 得其民有道 得其心 斯得民矣)”라고 하여 공직자의 정당성은 백성의 ‘마음(신뢰)’에서 나오며, 이는 도덕적 기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결론적으로, 이번에 발탁된 후보자들은 “공정과 상식이 존중되는 사회”라는 목표와는 어긋난 선택으로 보인다. 이들의 전문성은 인정할 수 있으나, 그 이전에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의 공직 인사에서는 도덕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를 발탁해야 하며, 이는 우리 사회가 진정 공정하고 상식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 생각한다. 또한, 철저한 자기검증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신장한 인재가 공직자가 되는 전례가 쌓인다면 우리 사회 전체에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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