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필자의 눈길을 끈 뉴스가 하나 있다. 101년 전에 지어진 ‘구 삼호교’의 상판 일부가 집중호우로 내려앉았다는 소식이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구나’라는 말이 떠 올랐다. 문득 태화강에는 몇 개의 다리가 있고 어떤 다리가 가장 오래 됐을까? 라는 궁금증도 생겼다.
울산의 서에서 동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태화강 백리에는 반세기 전만해도 수많은 나룻배와 줄배들이 오고 갔다.
이번에 일부 붕괴된 구 삼호교는 폭 4m50㎝, 길이 150m로 울산 최초의 철근 콘크리트 교량이다. 일제강점기 군수산업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1924년 5월 준공됐다. 2004년 9월에는 국가등록문화 유산으로 지정됐다. 울산에서 언양과 부산 방향으로 가는 차량을 소통시키는 역할을 했다.
태화강 국가정원 불고기 단지와 연결된 삼호교는 1959년 가설됐고, 신복로터리와 북부순환도로를 이어주는 신삼호교는 1997년 완공됐다.
최초의 현대식 교량은 폭 6m, 길이 360m 규모의 1935년 완공된 울산교로, 구도심과 삼산벌을 이어줬다. 1928년 12월에 개장한 삼산 비행장과 울산 시내 철도역을 연결하는 수단이었다. 울산교는 노후화로 인해 1990년대 초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되면서 보행자 전용 인도교로 전환됐다.
다른 콘크리트 교량은 1927년에 준공된 ‘구 병영교’(일명 산전교)로, 울산과 경주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당시 국비 4만여원과 주민 기부금 1000여원을 들여 건설됐다.
태화강 본류에 가설된 다리로는 학성교, 명촌교, 번영교, 태화교가 있다.
울산과 부산을 철도로 연결하면서 1935년에 가설된 울산철교는 울산역 이전과 철도 이설로 1992년 철거됐다.
태화강의 10여개 다리 가운데 조형미를 고려해 만든 다리는 인도교인 십리대밭교가 유일하다.

마지막으로 건설된 다리는 길이 1800m의 현수교인 울산대교로 2015년에 개통했다.
울산 중구는 무너진 구 삼호교에 대해 정밀안전 진단을 실시해 복구 또는 철거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오래된 다리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그 시대의 기술 수준과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산 증거이자 과거, 현재, 미래 세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100년이 넘은 다리를 보존하는 일은 도시의 기억과 정체성을 지키고 문화, 예술, 관광 자원으로 발전시키는 사회적 책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철거보다는 보존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다.
이달우 전 UBC 울산방송 보도국 선임기자·다루미디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