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억 들인 중구야구장 전국대회 꿈도 못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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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억 들인 중구야구장 전국대회 꿈도 못꿔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5.09.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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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중구야구장 홈플레이트 상부에 파울볼을 막기 위한 그물망이 설치돼있다.
지난 2022년 73억원을 들여 전국체전과 전국대회 유치를 목표로 문을 연 울산 중구야구장이, 반복된 안전사고와 그에 따른 구조 변경으로 공인 대회를 치르지 못하는 ‘반쪽짜리’ 경기장으로 전락했다. 지역 야구계에서는 “생활체육 수준의 구장에 불과하다”는 냉소와 함께 예산 낭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구야구장은 전국체전까지 개최할 수 있는 ‘공인 규격 야구장’으로 지난 2022년 개장했다. 사업비만 73억원이 투입됐으며, 울산에서는 보기 드문 대규모 시설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개장 직후 치명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경기 도중 파울볼이 홈 뒷그물을 넘어 인근 도로로 떨어지면서 차량 안전사고 위험이 불거진 것이다. 이에 중구는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구는 2023년 말 2억2700만원을 들여 타자석 주변 안전펜스를 기존 15m에서 20m로 높였다.

그러나 펜스 증설에도 불구하고 파울볼 유출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자, 올해 3월부터 1억2000만원을 들여 1·3루 방향을 포함한 홈플레이트 타자석 상부에 그물망을 설치했다.

그물망 설치 전 울산시야구협회는 주차장 인근에 20~25m 높이의 그물망을 설치하면 된다고 조언했지만, 중구는 중구야구협회의 조언과 안전상의 이유로 지금과 같은 형태의 그물망을 설치했다.

하지만 안전을 위한 연이은 구조 변경이 독이 됐다. 그물망이 구장 상부를 덮자, 내야플라이와 뜬 파울볼이 모두 그물에 막혀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분명 인플레이 상황인데, 평범한 내야플라이까지 ‘파울’로 둔갑시켜 야구의 기본 규칙을 왜곡해버린 셈이 됐다.

이로 인해 중구야구장은 프로야구는 물론 전국대회조차 유치할 수 없는 경기장으로 변모해 버렸다. 사회인야구팀조차 제대로 된 경기를 할 수 없다며 중구야구장 이용을 꺼리는 실정이다.

사회인야구팀 소속 A씨는 “중구야구장은 이제 중학교 대회조차 치를 수 없는 곳이 됐다. 그나마 로컬 룰을 적용하면 지역 대회는 열 수 있지만, 그렇게 할 바에야 차라리 문수야구장에서 경기하는 게 낫다”며 “여기서는 이제 야구다운 야구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오는 10월15일부터 11월2일까지 국내 5개 팀과 해외 5개 팀 이상이 참가하는 ‘2025 울산-KBO 가을대전 국제야구대회’에서 중구야구장이 연습 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인 가운데, 제대로 된 연습 경기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중구 관계자는 “도로와 인접한 부지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설치였다”며 “파울볼 집계 등을 통해 경기장 활용도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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