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구야구장은 전국체전까지 개최할 수 있는 ‘공인 규격 야구장’으로 지난 2022년 개장했다. 사업비만 73억원이 투입됐으며, 울산에서는 보기 드문 대규모 시설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개장 직후 치명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경기 도중 파울볼이 홈 뒷그물을 넘어 인근 도로로 떨어지면서 차량 안전사고 위험이 불거진 것이다. 이에 중구는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구는 2023년 말 2억2700만원을 들여 타자석 주변 안전펜스를 기존 15m에서 20m로 높였다.
그러나 펜스 증설에도 불구하고 파울볼 유출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자, 올해 3월부터 1억2000만원을 들여 1·3루 방향을 포함한 홈플레이트 타자석 상부에 그물망을 설치했다.
그물망 설치 전 울산시야구협회는 주차장 인근에 20~25m 높이의 그물망을 설치하면 된다고 조언했지만, 중구는 중구야구협회의 조언과 안전상의 이유로 지금과 같은 형태의 그물망을 설치했다.
하지만 안전을 위한 연이은 구조 변경이 독이 됐다. 그물망이 구장 상부를 덮자, 내야플라이와 뜬 파울볼이 모두 그물에 막혀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분명 인플레이 상황인데, 평범한 내야플라이까지 ‘파울’로 둔갑시켜 야구의 기본 규칙을 왜곡해버린 셈이 됐다.
이로 인해 중구야구장은 프로야구는 물론 전국대회조차 유치할 수 없는 경기장으로 변모해 버렸다. 사회인야구팀조차 제대로 된 경기를 할 수 없다며 중구야구장 이용을 꺼리는 실정이다.
사회인야구팀 소속 A씨는 “중구야구장은 이제 중학교 대회조차 치를 수 없는 곳이 됐다. 그나마 로컬 룰을 적용하면 지역 대회는 열 수 있지만, 그렇게 할 바에야 차라리 문수야구장에서 경기하는 게 낫다”며 “여기서는 이제 야구다운 야구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오는 10월15일부터 11월2일까지 국내 5개 팀과 해외 5개 팀 이상이 참가하는 ‘2025 울산-KBO 가을대전 국제야구대회’에서 중구야구장이 연습 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인 가운데, 제대로 된 연습 경기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중구 관계자는 “도로와 인접한 부지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설치였다”며 “파울볼 집계 등을 통해 경기장 활용도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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