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울산의 유일한 수련병원인 울산대학교병원 로비와 외래진료실 복도에는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들로 북적거렸다. 교수 한명에 젊은 전공의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병원 앞 카페에서는 점심시간 커피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전공의들의 모습이 오랜만에 목격됐다.
울산대병원은 지난달 29일까지 2025년 하반기 전공의를 모집한 결과 의정 사태 이전 전공의 현원 대비 77.6%가 복귀했다고 1일 밝혔다. 레지던트의 경우 76.6%, 인턴은 81.3%가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 갈등이 지속되던 상황에서 군입대를 했거나 전공의 수련을 포기했거나 내년 상반기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 사례를 제외하고, 사실상 복귀할 수 있는 인원은 모두 현장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 과정에서 일부 탈락자가 발생한 것과 달리, 울산대병원의 경우 복귀 지원을 한 사직 전공의 전원이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직 전공의 복귀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인 울산대병원은 외래진료부터 수술, 환자 관리까지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 인력난으로 빚어졌던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해소되며 병원 운영이 안정세에 접어들 전망이다.
지역 환자들은 안도하는 기색이다. 환자들은 병원 공백 때문에 예약이나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할까봐 불안에 떨었다.
이날 울산대병원 앞에서 만난 김모(60)씨는 “의사들이 많이 없을 때 머리 수술을 받았는데 불안한 마음이 컸다”며 “그동안 ‘지금 아프면 손해’라는 심정이었는데, 전공의들이 돌아왔다고 하니 앞으로 빠른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 가까이 이어진 의정 갈등은 울산 의료 현장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돌아온 전공의와 기존 교수진 간의 마찰 해소가 시급한 데다, 빈자리를 메워왔던 PA 간호사 인력 조정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전공의 복귀에 따라 PA 간호사의 업무 분장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1년 넘게 손발을 맞춰왔던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갑자기 축소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PA 간호사들은 수술 부위 드레싱, 수술·시술 및 검사·치료 동의서·진단서 초안 작성, 피부 봉합 등 전공의들이 해오던 일을 하고 있다.
울산대병원 교육수련부장은 “의정 갈등으로 발생한 1년 반의 공백을 최대한 빠른 시간에 메꿀 수 있도록 양질의 수련,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며 “전공의가 수련받고 싶어하는 병원 1위라는 명성에 맞도록 전공의 교육수련 최우수 병원의 위상을 더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울산대병원에서는 전공의 120여명이 집단 사직하며 비상 경영체제가 운영됐다. 병원측은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외부 전원 환자를 돌려보내거나 일반 직원 대상으로 무급휴가 제도를 실시하기도 했다.
글·사진=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