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맨발 걷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여름은 물론, 추운 겨울에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지자체는 맨발 걷기를 위한 전용 산책로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맨발 걷기’를 영어로 직역하면 ‘barefoot walking’이지만, 요즘에는 ‘earthing’ 또는 ‘grounding’이라는 단어도 함께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땅을 의미하는 단어들이 맨발 걷기의 개념을 담게 되었을까? 우선 earth는 인류 언어 역사에서 매우 오래된 뿌리를 가진 단어다. 인간은 태초부터 하늘과 땅의 개념을 통해 세계를 인식했고, 이에 따라 ‘땅’을 지칭하는 단어 역시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언어학적으로는 인도유럽조어의 ‘dhghem-’이 어원이며, 고대 게르만어 ertho, 고대 영어 eorþe를 거쳐 오늘날의 earth로 이어진다.
초기에는 하늘과 대조되는 인간의 세계, 곧 흙과 대지의 의미로 사용되었고, 중세 이후에는 지구(Earth)라는 천문학적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여기에 동작성을 나타내는 ‘-ing’이 붙은 earthing은 원래 전기·기술 분야에서 ‘접지(接地)’를 뜻하는 전문 용어였다. 이는 전기를 지면으로 안전하게 흐르게 하여 방전시키는 기술을 가리킨다.
그런데 20세기 후반부터 이 단어는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맨발로 땅과 직접 접촉함으로써 지구의 전자기적 에너지와 연결되어 생리적 안정과 치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earthing이 재해석된 것이다. 즉, 맨발 걷기(barefoot walking)가 행위 자체를 의미한다면, earthing은 그 행위를 통해 얻는 효과를 지칭하는 말이라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사용되는 또 다른 단어 ground 역시 흥미로운 어원을 지니고 있다. 고대 영어에서 ‘바닥’이나 ‘기초’를 의미하던 ‘grund’는 중세 영어에서 토지, 지면의 의미로 확장되었고, 오늘날에는 전기·기계 분야에서 ‘접지’(grounding)라는 기술 용어로도 사용된다. 이 ‘접지’ 개념이 건강, 치유와 관련된 대체요법의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맨발 걷기와 연결된 것이다.
심민수 울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