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경제를 이끄는 양대 축인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노조가 4일 동시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두 회사 노조가 임단협 문제로 같은 날 파업을 벌인 것은 2016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두 노조의 임단협 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 요구로 엇비슷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노사 분규가 내년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을 등에 업고 다시 분출하는 모양새다.
현대차 노조는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코로나19를 전후해 이어온 무분규 행진도 7년 만에 멈췄다. 이날 하루 시간당 평균 375대를 생산하는 울산 공장에서 15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파업 수위에 따라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현대차의 이번 파업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대응과 전기차 자율 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현대차는 올해 ‘트럼프발 관세’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미 전기차 수출을 줄이고 현지 생산량을 늘렸다. 이 여파로 전기차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 12라인은 올 들어 6번이나 가동이 멈췄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어렵게 쌓아온 브랜드 신뢰도마저 훼손할 수 있다. 완성차 생산 라인이 멈추면 울산 지역 1~3차 하청업체 400여곳을 포함해 900여 부품업체들의 납품이 중단돼 경영난과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이날 올해 임금 교섭과 관련한 7번째 부분 파업을 단행했다. HD현대 조선 3사 노조도 동조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합병 결정에 따른 인력 재배치와 고용 불안 문제를 우려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는 조선 맞수 한화오션 노사가 2일 올해 임금교섭을 마무리한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10년 만에 찾아온 조선업 ‘슈퍼 사이클’의 호기를 한화오션은 ‘노사 상생’의 결실로 맺은 반면 현대중공업은 만성적인 ‘노사 갈등’으로 놓칠 위기에 처했다.
노사간 불필요한 반목과 갈등은 기업의 성장 기회와 경쟁력을 갉아먹는 독과 같다. 노조의 파업은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수많은 협력업체를 고사시키고, 지역 경제를 붕괴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사는 즉각 대화에 나서 상생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경쟁력을 갉아먹는 소모적인 노사 분쟁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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