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찾은 홈플러스 울산 남구점. 추석을 앞둔 주류 매대에는 초저가 와인과 위스키가 가장 눈에 띄었다. 누적 판매 500만병을 넘긴 ‘빈야드’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2종은 750㎖ 한 병당 5990원에 전면 배치됐고, 이마트는 9900원짜리 ‘블랙앤화이트’ 위스키를 앞세워 실속 수요를 공략했다. 명절 주류 선물시장에서 가성비가 강력한 무기로 떠오른 모습이다.
이 같은 실속형 소비 흐름과 함께 주류시장의 또 다른 축은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술을 줄이고 건강을 중시하는 흐름)다. 2030세대와 여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무(저)알코올 주류 소비가 급증하면서, 추석 선물세트에도 관련 상품이 빠르게 늘고 있다.
GS25의 무알콜 맥주 매출은 올여름 전년 대비 40.8% 증가했고, CU(11.7%)와 세븐일레븐(20%)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역시 지난 7월 무알콜 주류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23.6% 늘었다.
이마트 고객 데이터 분석 결과, 무알콜 맥주 구매 고객 중 2030세대 비중은 44%로 전체 주류 소비의 1.5배에 달했다. 여성 소비자 비중도 69%로 일반 주류보다 높았다.
유통업계는 “중년 여성 중심이던 마트 고객층에서 2030세대가 빠르게 늘어난 점이 두드러진 변화”라고 분석했다.
대형마트들은 올해 추석을 겨냥해 실속형과 건강 트렌드를 동시에 반영한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했다. 추석을 앞두고 롯데마트는 5만원 이하 가성비 세트를 절반 가까이 구성하면서도 최고급 위스키 맥캘란 호라이즌 등 한정판을 내놨다. 이마트는 1만원대 와인과 6만~10만원대 위스키에 집중했고, 홈플러스는 단독 패키지와 무알콜·저도수 상품을 앞세워 ‘취향형 선물’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류 시장은 고도주에서 가성비 와인·위스키와 소버 큐리어스 흐름을 타고 무(저)알코올로 빠르게 이동 중”이라며 “추석 선물세트 시장은 이 두 흐름을 전면에 반영해 수요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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