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찾은 울산 중구 남외동 한 무인 빵집은 33㎡(약 10평) 남짓한 작은 규모였다. 매장에는 빵이 모두 진공 포장돼 있었고, 계산은 키오스크로 이뤄졌다. 점원이 없는 덕분에 매장은 24시간 문을 열어놓을 수 있었다.
새벽이나 아침 시간대, 동네 베이커리들이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도 고객들이 찾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가격이었다. 1000원대 빵이 상당수였는데, 크기는 다소 작았지만 2~3개만 담아도 ‘가성비’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난 8월 빵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5% 상승해 6개월 연속 6%대 상승률을 유지하는 것과 비견된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울산 관내 무인점포는 50여곳이다. 그러나 개인 운영 매장이나 포털에 미등록된 점포까지 포함하면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30대 청년층 창업자가 늘면서 펫마트, 무인 빵집, 무인 문구점 등 새로운 업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무인점포의 확산 배경에는 인건비 등 비용 절감이 가장 크다.
소상공인 평균 창업비용이 8900만원 수준인 데 비해 무인점포는 3000만~4000만원대 소자본으로도 시작이 가능하다. 여기에 무인 운영 시스템을 갖추면 점주가 직접 매장에 상주하지 않아도 돼, 부업이나 생계 보조 수단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 창업 컨설턴트 관계자는 “경기 불황 속에서 매출은 크지 않더라도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무인점포 확산을 견인하고 있다”며 “특히 24시간 운영 가능 여부가 수익성을 가르는 핵심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한 무인점포들은 매장 수가 폭증했지만, 업종별 매출 증가는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사진관, 아이스크림 할인점, 밀키트 매장 등 일부 업종은 매출이 오히려 역성장을 기록했다. 울산 역시 무인점포가 경쟁적으로 늘어나면서 상권 내 과밀화와 매출 감소가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무인점포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기보다는 비용을 최소화한 생존형 창업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무인점포는 인건비 절감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업종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차별화된 콘셉트와 상권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글·사진=오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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