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남들과 말을 하면서 눈길을 맞추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과 더불어 들을이와 눈높이를 맞추면서 말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말할이가 들을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것에는 세가지 갈래가 있다. 하나는 겉으로 보이는 눈높이 맞추기이고, 두번째는 정보수준의 눈높이 맞추기이며, 마지막으로 마음 눈높이 맞추기다.
먼저, 겉으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말할이가 들을이와 공간적으로 눈 위치를 맞추는 것이다. 말할이가 들을이 위에서 들을이를 내려다보면서 말하는 것은 위와 아래라는 공간적 위치가 상징하는 권력, 군림, 지시와 복종, 주종 관계라는 속뜻이 있다. 그러나 말할이가 들을이와 눈높이를 같이하는 것은 말할이와 들을이 관계가 평등과 사랑, 배려, 존중을 상징한다.
프란시스코 교황이 일반 사제에게 무릎을 꿇고 발에 입을 맞추는 모습도 겉으로 눈높이를 낮추는 모습의 하나다. 누가 찾아 왔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나 회의할 때 직급이 높은 사람이더라도 회의 구성원과 눈높이를 같이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혹시 말할이가 들을이보다 높은 자리에서 말을 하게 되더라도 자기가 들을이보다 마음자리가 높다거나 군림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두번째 눈높이는 말하는 정보 수준의 눈높이다. 들을이가 어린이라면 어린이 수준에 맞는 눈높이로 말해야 하고 전문가에게 말을 할 때는 그 수준에 맞는 눈높이로 말을 해야 한다. 그 밖에도 들을이의 지적 수준, 인지, 직업, 처해 있는 여러 상황 등을 잘 챙겨 들을이의 눈높이에 맞게 말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들을이가 잘 알아 듣지 못하는 어려운 말을 하거나 들을이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말을 하는 것은 상대의 눈높이를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들을이의 눈높이에 맞는 마음의 자리이다. 들을이를 존중하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눈높이로 말하라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모든 선지자나 성인들은 하나같이 남에게 공손하고 마음의 눈높이를 낮추라고 가르쳤다.
성경에도 겸손이란 말이 곳곳에 나온다. 그리고 ‘낮은 데로 임하소서’란 가르침 한 마디에 겸손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유가에서 공손을 예의 근본으로 삼은 것이나 불가에서 하심(下心)하라거나 아상(我相)을 버려라고 한 것도 모두 마음의 눈높이를 맞추거나 낮게 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담화론 연구자들도 공손이 친화적 의사소통을 위한 최선의 담화 전략이라고 한다. 마음의 눈높이를 맞추면 말 또한 자연스럽게 공손스러운 말을 하게 된다.
말할이가 들을이와 눈높이를 맞추어 말을 함으로써 모두가 행복하고 사랑이 넘치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