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자동차 산업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했다. 외부적으로는 미국의 ‘25% 고율 관세’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고, 내부적으로는 해묵은 ‘노사 갈등’이라는 늪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미국에 460조원을 투자하는 퍼주기식 한미관세 협상에도 불구하고 15%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 약속은 감감무소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차 노조는 ‘임금·복지’ 개선을 앞세워 이틀째 부분파업을 이어갔다. 울산 자동차 산업이 외부 압력과 내부 분열로 위기감이 심화되는 설상가상의 상황이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 인상, 정년 연장, 통상임금 확대는 물론, 해외 공장 증설 시 노조에 통지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7년 만의 파업’이라는 강수를 둔 노조는 5일 파업 시간을 늘려 공세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현재 한국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대외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에 이어 후방산업인 철강·알루미늄 등 핵심 소재에 대한 50% 관세도 그대로 부과되고 있다. 이 여파로 중소 부품업체들은 매출 감소와 손실 확대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극적인 상황 반전 없이는 울산 자동차 업계가 또다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울산의 대미 자동차와 부품 수출액은 각각 우리나라 전체의 43%와 11%를 점유했다. 고율 관세가 지속되면 울산에서만 연간 40억달러(약 5조9000억원)의 추가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결국 투자 위축과 고용 불안으로 이어져 지역 경제 전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울산의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업체와 900여 협력사가 긴밀하게 연결된 운명 공동체다. 가치사슬(밸류체인)의 한쪽이 무너지면 모두가 위험해지는 구조다. 현대차의 파업은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답답한 현실은 파업의 피해가 고스란히 부품업체의 몫이라는 점이다. 완성차 직원들은 손실을 일부 보전받을 수 있지만, 영세한 부품업체들은 피해를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웃픈’ 상황이다.
현대차 노사는 브레이크 없는 기차처럼 극한 대립을 멈춰야 한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 합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고, 기업은 협력사들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생과 협력의 길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울산도 디트로이트의 종말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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