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주요 식수원이자 생명의 젖줄인 사연댐에 4일 올해 첫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최근 고수온으로 사연댐과 대곡댐 저수에 남조류 세포 수가 급증해 ‘녹조라떼’를 방불케 했다. 문제는 이런 사연댐 ‘녹조라떼’ 사태가 단순한 수질 위기를 넘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 암각화의 보존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등재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물속에 잠겼던 유산이 지난달 24일 가까스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사연댐에 만연한 녹조로 인해 훼손될 위험에 처해 있다. 식수원과 문화유산이 동시에 위협받는 이중 위기 앞에서, 하루빨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연댐과 회야댐은 모두 수문이 없는 월류형 구조로, 수위 조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연 유하에만 의존하다 보니 폭우가 쏟아지면 유산이 잠기고, 폭염이 이어지면 녹조가 번식한다. 여기에 상류 농공단지와 공단에서 유입되는 오폐수와 축산폐수, 수십년간 준설되지 않은 퇴적토가 남조류 증식을 부추기고 있다. 회야댐 역시 예외는 아니며, 울산의 주요 식수원이 구조적으로 녹조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반구천 암각화의 위기는 국가차원의 경고 신호다. 물속에 장기간 잠긴 데다 녹조가 겹치면, 암각화 표면은 생물막 형성과 세균 침투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세계유산 등재의 의미가 ‘녹조라떼’ 속에 퇴색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정부가 2030년까지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기후 위기로 폭우와 폭염이 일상이 된 지금, 5년 뒤 대책은 너무 늦다. 눈앞의 위기를 돌파할 실질적인 수단이 시급하다.
울산시와 수자원공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한계가 명확하다. 조류 차단막 설치와 물순환장치 가동 같은 임시 처방만으로는 식수와 유산을 지켜낼 수 없다. 정부가 직접 나서 상류 오염원 관리, 퇴적토 준설, 대체 수원 확보 등 단기·중장기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댐 수문 설치 계획을 앞당기거나, 암각화 보존을 위해 댐의 계획 수위를 52m보다 더 낮은 50m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반구천 암각화는 지역의 유산이 아니라 인류의 자산이다. 인류의 선사문명을 증명하는 이 유산이 매년 여름 침수와 녹조 속에 갇힌다면, 이는 울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수치로 남을 것이다. 시민의 식수와 세계유산을 동시에 지켜내는 일은 선택이 아닌 정부의 책무다. 더 늦기 전에, 근본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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