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무라벨 생수, 재활용의 모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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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무라벨 생수, 재활용의 모범생
  • 경상일보
  • 승인 2025.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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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과거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 이야기를 지어낸 사람이 미래를 꿰뚫어 본 걸까. 언제부턴가 우리는 외출하면서 자연스레 한 손에 생수병을 쥐고 있게 되었다. 먹는물관리법이 1995년 1월5일 제정되고 1995년 5월1일 시행되면서 본격 판매되기 시작하여 국내 생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왔다.

수년 전부터 이러한 생수 PET병 재활용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평소에 뉴스를 유심히 보지 않거나 환경 문제에 그리 민감하지 않은 일반인으로서도 언제부터인가 PET병만 따로 재활용하는 것에서 그리고 무라벨 생수병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뭔가 변한 게 있구나라고 체감하게 되었을 것이다.

무라벨 생수병이 재활용되는 과정을 보자. 뚜껑은 PE, PP로서 물에 뜨고 본체인 PET는 가라앉기 때문에, 생수병을 잘게 자른 뒤 수조에서 씻는 과정에서 뚜껑 조각들이 떠올라서 쉽게 분리가 가능해진다. 즉 무라벨 생수병은 재활용에 있어서 모범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물질 유입 방지를 위해 뚜껑을 닫아서 폐기하는 것이 재활용에 유리하다는 것은 팁이다. 라벨이 붙어 있으면 과정이 복잡해지고 순도에도 문제가 된다.

2022년 10월에 국무조정실에서 ‘무라벨 생수 낱개 판매’ 등 민생분야 규제혁신 사례가 발표된 이후 논의를 거쳐 2026년 1월 무라벨 생수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라벨이 없으면 상표의 식별기능을 해치게 됨은 분명하다. 어느 회사에서 생산한 생수인지를 밝히는 것이 상표인데, 생수를 구매하는 수요자가 현장에서 상표를 알아볼 수 없으면 출처를 표시하게 하여 거래질서를 유지하려 하는 상표제도의 근간을 해치게 된다. 다만 입체상표제도가 있어서 생수병 형상을 업체마다 다르게 하면 이 문제는 해소될 여지가 있다. 코카콜라 병이 입체 상표의 대표 사례이다. 그럼에도 한계가 있다고 본다. 투명한 재질에 투명한 물이 담겨 있는 생수의 특성상 구매하는 순간에 명확하게 상표와 출처를 인식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환경보호라는 대화두 앞에 이 정도는 양보해야 하리라. 즉 특정 브랜드의 생수를 마시고 싶으면 점원에게 명확히 이야기하고 꼼꼼히 확인하면 된다.

결제 관련해서도 논란이 있다. 현행 자동결제는 주로 바코드 시스템인데, 무라벨 생수병은 뚜껑에 QR코드를 인쇄하여 제품 정보 외에 가격정보까지 담고 있다. 편의점 등 현장에서는 결제시스템 교체비용, 작동오류 등의 문제로 결국 손으로 가격을 입력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도기적 문제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스템 전환 등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환경보호를 위해 애초에 생수병에 들어가는 PET의 양을 줄이려는 노력이 있다. 용기를 더 얇게 만들기 위해 질소충전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인체에 무해한 정도인 액체질소 한 방울을 넣으면 병이 얇아도 찌그러지지 않는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사실 생수병이라고 하면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실(失)보다는 득(得)이 더 많은 것이 생수병이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보면 우리는 거의 매일 생수병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는 연구결과에 마음이 편치 않다.

개그맨 장동민은 병뚜껑을 돌려 라벨을 분리하는 아이디어로 2023년 환경창업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물론 무라벨 생수병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적어도 일정 기간은 유용한 발명이고,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의 과정들은 중시되어야 한다. 필자는 뚜껑 측면 돌기의 간격, 배열에 정보를 넣으면 바코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즉 돌기 간격이 달라도 뚜껑 여는 데에는 문제가 없는 점에 착안해보았는데, 그냥 비전문가의 아이디어일 뿐이지만 이렇듯 엉뚱함이 필요한 세상이다.

생수병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는 환경보호를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폐자원의 재활용 이전에 폐자원이 되는 것을 줄여야 할 것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는 자원을 충분히 쟁여두어야 한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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