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여름 울산 지역은 폭염일수가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많을 정도로 더위가 극심했다. 폭염경보가 극성을 부리던 8월 마지막 날 비 온 지도 꽤 되어 땅이 바싹 말라 산에 가봐야 버섯다운 버섯을 보기 어려운 날이었다. 그래서 냉방이 잘 된 공공도서관에 갈까 하다가 그래도 버섯 성수기인 여름인데 하는 생각으로 자그마한 계곡이 있는 천마산 편백산림욕장으로 갔다.
산림욕장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놀 수 있게 만든 둥근 소나무 등걸 의자에 하얀 치마버섯처럼 보이는 버섯이 붙어 있었다. 아랫면을 살펴보니 뜻밖에 아교버섯이었다. 아교버섯은 대체로 활엽수에서 발생하는데 소나무에서 나오다니 나름 참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물이 줄어든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절벽 바위 틈새에 조그맣고 귀여운 꼬마무당버섯이 여럿 보였다.
조금 더 올라가니 썩어서 말라버린 이끼가 붙은 작은 돌 위에 아기 손톱만 한 새하얀 버섯이 여럿 붙어 있었다. 돌 위에 나는 작고 하얀 버섯인 흰머리외대버섯으로 생각되어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그래도 사진이나 찍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한 한 자세를 낮추어 사진을 찍어 영상을 확인해 보았더니 매우 성긴 주름살이 흰머리외대버섯과 사뭇 달랐다. 또한 윗모습이 영락없는 치마버섯인 듯하여 혹시 치마털젖버섯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래서 젖버섯속에 속하면 주름살에서 유액(젖)이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젖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이 조그만 버섯에서 젖이 나올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칼로 상처를 내어 보았더니 과연 하얀 유액 한 방울이 나왔다. ‘아, 맞구나!’ 하는 희열감이 솟구쳤다.
새 버섯을 발견하는 기쁨, 그것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느끼지 못할 감격이었다. 그다음 마지막 순서는 유액의 색이 변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인데 한참을 기다려도 색은 변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여 폭염 속에서 귀한 버섯 자료를 또 하나 확보하게 되어 매우 기뻤다. 마침 그동안 눈에 띄지 않던 푸드트럭마저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냉큼 달려가 냉커피를 사 마시며 폭염을 잊을 수 있었다. 폭염 속에서 누린 보람찬 하루였다. 최석영 울산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