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영의 버섯이야기(60)]폭염 속 버섯 탐색, 천마산 치마털젖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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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의 버섯이야기(60)]폭염 속 버섯 탐색, 천마산 치마털젖버섯
  • 경상일보
  • 승인 2025.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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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영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올 여름 울산 지역은 폭염일수가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많을 정도로 더위가 극심했다. 폭염경보가 극성을 부리던 8월 마지막 날 비 온 지도 꽤 되어 땅이 바싹 말라 산에 가봐야 버섯다운 버섯을 보기 어려운 날이었다. 그래서 냉방이 잘 된 공공도서관에 갈까 하다가 그래도 버섯 성수기인 여름인데 하는 생각으로 자그마한 계곡이 있는 천마산 편백산림욕장으로 갔다.

산림욕장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놀 수 있게 만든 둥근 소나무 등걸 의자에 하얀 치마버섯처럼 보이는 버섯이 붙어 있었다. 아랫면을 살펴보니 뜻밖에 아교버섯이었다. 아교버섯은 대체로 활엽수에서 발생하는데 소나무에서 나오다니 나름 참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물이 줄어든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절벽 바위 틈새에 조그맣고 귀여운 꼬마무당버섯이 여럿 보였다.

조금 더 올라가니 썩어서 말라버린 이끼가 붙은 작은 돌 위에 아기 손톱만 한 새하얀 버섯이 여럿 붙어 있었다. 돌 위에 나는 작고 하얀 버섯인 흰머리외대버섯으로 생각되어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그래도 사진이나 찍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한 한 자세를 낮추어 사진을 찍어 영상을 확인해 보았더니 매우 성긴 주름살이 흰머리외대버섯과 사뭇 달랐다. 또한 윗모습이 영락없는 치마버섯인 듯하여 혹시 치마털젖버섯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 윗모습이 치마버섯 같고 유액이 나오는 치마털젖버섯.
▲ 윗모습이 치마버섯 같고 유액이 나오는 치마털젖버섯.

그래서 젖버섯속에 속하면 주름살에서 유액(젖)이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젖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이 조그만 버섯에서 젖이 나올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칼로 상처를 내어 보았더니 과연 하얀 유액 한 방울이 나왔다. ‘아, 맞구나!’ 하는 희열감이 솟구쳤다.

새 버섯을 발견하는 기쁨, 그것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느끼지 못할 감격이었다. 그다음 마지막 순서는 유액의 색이 변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인데 한참을 기다려도 색은 변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여 폭염 속에서 귀한 버섯 자료를 또 하나 확보하게 되어 매우 기뻤다. 마침 그동안 눈에 띄지 않던 푸드트럭마저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냉큼 달려가 냉커피를 사 마시며 폭염을 잊을 수 있었다. 폭염 속에서 누린 보람찬 하루였다. 최석영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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