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울산은 향후 경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미국의 기후 위기 리스크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안주현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 조사역과 김수현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후변화의 물리적 리스크가 울산지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지역경제를 조사 연구하고, 보고서를 냈다.
이번 조사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심화한 가운데 이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살피기 위해 진행됐다.
연구에서는 기후변화 리스크를 저탄소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과 기후변화 자체가 경제활동에 주는 영향으로 나눠 봤다.
연구진은 이 중 기후변화 자체로 인한 리스크가 제조업 중심의 울산의 생산과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실증 분석했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의 기후변화가 울산을 비롯한 국내 기업의 매출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과 중국의 기후리스크가 심화할수록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는데, 특히 울산 기업들은 미국 기후리스크가 커질 경우 전국 평균에 비해 더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울산 기업들이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고, 중화학공업 중심 산업구조로 인해 타지역 소재 기업들에 비해 미국 기후리스크의 파급이 쉬운 것으로 분석됐다.
허리케인·한파·지진 등 교역대상국에서 기후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국가의 소득이 줄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해외판매가 감소하는데, 울산은 대미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타지역에 비해 미국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실제로 울산의 대미 수출 비중은 2008년 7.9%에서 2024년 26.6%로 빠르게 상승했다. 반면 대중 수출비중은 2008년 17.1%에서 2024년 9.3%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또 울산은 원자재를 수입·가공해 제품을 생산하는 중화학공업 위주의 산업구조로 인해 해외 기후변화에 따른 공급망 교란 때 취약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연구에서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울산은 미국 등 주요 교역상대국의 기후변화가 글로벌 공급망과 국제무역을 통해 지역 주요 산업에 주는 물리적 리스크의 2차 효과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기후변화가 산업에 미치는 충격이 산업구조, 수출의존도 등 경제 구조에 따라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대응도 지역별로 세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국내외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가 농축수산업·건설업·관광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울산은 미국의 기후변화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인 울산은 기존에 주목했던 기후변화 이행 리스크 외에 물리적 리스크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