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방학이 끝났다. 한 달간의 방학을 마치고 등교한 아이들은 각자의 여름 이야기를 담임교사에게 들려주고 싶어 아침부터 재잘댄다. 어떤 아이는 즐겁게 논 탓에 피부가 까맣게 탔다고 하고, 어떤 아이는 방학 동안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건네는 아이들이 한두 명이라면 눈을 마주치고 성심껏 반응해 주고 싶지만,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내게 맞장구를 기대하고 있다. 모두와 대화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문제들은 한 학급당 학생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인구 밀도가 낮은 소도시나 외곽지역은 한 반 정원이 10명 안팎이거나 20명을 넘지 않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한 학급당 20명이 훌쩍 넘는다. 초등학교 수업시간은 40분인데, 20명과 모두 상호작용한다고 해도 1인당 2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해당 수업시간 동안 가르쳐야 할 내용을 안내하고 활동을 진행하다 보면 이마저도 지키기 어렵다.
‘학급당 정원을 줄이자’는 주장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매년 교원단체와 교사들이 요구하지만, 좀처럼 반영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교육부는 2023년, 2027년까지 교원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로는 학생 수 감소를 들고 있다. 출생률이 줄어드니 교원 수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산술적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교육은 단순 계산이나 경제성의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기회에 학급당 정원을 줄여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내가 시골의 작은 학교에 근무했을 때, 우리 반은 18명이었다. 스무 명이 넘을 때보다 훨씬 더 개별 상호작용 시간이 많았다. 일기장에 써주는 짧은 글 하나도 더 여유 있게, 마음을 담아 적을 수 있었다. 학생 지도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었고, 아이들의 장점과 부족한 점을 더 세심히 관찰하며 생활지도를 할 수 있었다. 몇 명 줄었을 뿐인데도 효과는 컸다.
학급당 학생 수가 많으면, 담임교사로서 가장 중요한 개별 상담과 생활지도는 버거워지고, 수업 진도에만 급급하게 된다. 결국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교실 공간도 협소해진다. 25~26명의 아이들이 있는 교실은 이미 공간에 여유가 없다. 교실 놀이를 하려 해도 많은 책상 수나 많은 인원으로 활동이 제한되고,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이 편하게 바닥에 앉아 놀거나 책 읽을 공간을 마련하기 어렵다. 공간의 제약은 사고의 제약으로 이어지고, 결국 아이들의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울산교육청은 2022년부터 초등학교 1학년 학급당 정원을 20명 이하로 편성했다. 그 결과, 교사들의 심리적 부담이 전보다 줄었고, 교실 분위기도 개선됐다. 핀란드처럼 한 학급당 정원을 16~17명으로 편성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우선은 1학년뿐 아니라 초·중·고 전체 학급 정원을 20명 이하로 줄이는 것이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김보아 화진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