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예술은 시민 곁에 머무를 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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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예술은 시민 곁에 머무를 때 빛난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9.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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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예술은 오랫동안 ‘찾아가는 것’이었다. 미술관, 공연장, 극장은 예술을 만나는 대표적인 장소였고, 우리는 표를 예매하고 시간을 맞추어 정해진 공간에 들어가야 했다. 예술이 콧대 높은 특권을 누려온 것도 사실이다. 울산에서 예술을 즐기는 것 역시 특정한 시간과 장소를 전제로 했다. 그러나 요즘 울산의 풍경은 다르다. 예술이 스스로 길을 나서 시민을 찾아오고 있다. 일상의 공간에서, 혹은 거리를 걷다 우연히 마주칠 수 있는 무대와 장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하반기로 접어든 시점에서 참여자, 스태프, 관객으로 함께했던 현장을 돌아보면 유독 눈에 띄는 단어들이 있다. ‘거리’ ‘찾아가는’ ‘배달’ ‘별빛’ ‘달빛’ 같은 말들이다. 이는 기존의 예술 담론에서 잘 쓰이지 않던 표현이다. ‘거리’는 예술의 장소적 확장을, ‘찾아가는·배달’은 예술인의 태도 변화를, ‘별빛·달빛’은 향유 시간의 확장을 의미한다. 공연장에서 관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거리로 나서 관객을 만나는 풍경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울산의 축제는 규모 면에서 커지고 다양해졌지만, 정작 도시를 대표할 만한 예술 축제가 사라지거나 축소된 점은 아쉽다. 그러나 그 빈자리를 소규모 단체와 지역 커뮤니티가 주도하는 작은 축제와 페스티벌이 메우고 있다. 작지만 특색과 정체성이 뚜렷한 행사들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물론 완비된 공연장이 아니기에 현장은 다소 어수선하고 시설도 부족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 부족함을 메우는 것은 시민의 참여와 호응이다. 관객의 에너지가 무대를 완성하며, 예술이 완결된 형식이 아니라 열린 과정임을 확인하게 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공공 예술의 흐름이 울산의 지역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산업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울산은 오랫동안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이름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거리 공연, 시민 참여형 축제, 문화재와 연계된 행사들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도시의 이미지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시민들은 단순한 관객을 넘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예술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고, 예술가들은 이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작업이 지역 사회와 어떻게 호흡하는지 확인한다. 울산의 공공예술은 단순한 여흥이 아니라, 도시와 시민이 서로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다만 시각예술인의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현장들이 대부분 무대 예술에 집중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앞으로는 시각예술도 시민과 더 가깝게 만나고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하고자 한다. 예술의 확장은 단지 공연의 다변화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장르가 시민 속으로 스며드는 과정이 될 때 더 큰 의미가 있다. 울산의 변화는 분명 예술의 저변을 넓히는 움직임이다. 예술은 시민 곁에 머물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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