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71년 4월2일 개교한,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야학인 울산동광학교가 공식적으로 처음 검정고시 합격 축하식을 열었다. 액자에 담긴 검정고시 합격증과 꽃다발을 수여받은 학습자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교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10일 찾은 울산동광학교. 운동장 한쪽에서는 검정고시 합격 축하식 준비가 한창이고, 또다른 쪽에서는 합격 축하식 후 진행되는 ‘한 밥상의 날’을 위해 갈비탕 등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검정고시 합격 축하식 시간이 다가오자 학습자들은 하나둘씩 의자를 가지고 운동장에 모였다.
축하식은 김효곤씨의 색소폰 연주로 시작됐다. 학습자들은 김씨가 연주하는 ‘아씨’ ‘여고 졸업반’에 맞춰 박수를 치거나 노래를 부르며 환호했다.
올해 울산동광학교에서는 2025년 1회 검정고시에서 5명, 2회 검정고시에서 6명이 합격했다. 과목 합격자는 1회 검정고시 4명, 2회 검정고시 3명이다.
여러 합격자 중 단연 눈에 띄는 학습자는 1회 검정고시에서 울산 최고령으로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하예순(79)씨였다. 하씨는 검정고시 도전 10년 만에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받았다.
하씨는 국민학교는 졸업했지만 십자수에 푹 빠져 중학교는 가지 않았다. 4남매를 키우면서도 20년 동안 꾸준히 기부하는 등 가족들에게 받은 사랑을 주변에 널리 전하고 있다.
중졸에 이어 고졸 자격도 검정고시로 획득한 하예순씨는 “10년 만에 검정고시에 합격했기에 검정고시 합격 축하식 등 영광스러운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하늘나라에 갈 때까지 한자 등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왼쪽 팔에 깁스를 하고 축하식에 참석한 전옥(72)씨는 2회 검정고시에서 울산 최고령으로 초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전씨는 “국민학교 3학년까지 다니다 집이 가난해 그만두게 됐다. 공부하는 게 오랜 꿈이었다”며 “예전에는 글도 못쓰고 말귀를 못알아들어서 대답도 잘 못했는데 이제는 글을 아니까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많다고 주눅들 것 없다. 집에서 놀지 말고 울산동광학교에 공부하러 와라. 나도 중졸, 고졸 검정고시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회에서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2회 고졸 검정고시까지 합격한 백점옥(66)씨의 사연도 특별했다.
백씨는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시골이다 보니 오빠와 남동생 공부를 시킨다고 국민학교만 졸업했다. 중졸 검정고시에 접수하려고 국민학교 졸업 기록을 찾았는데 졸업장이 누락돼 교사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며 “울산동광학교에 오고나서 개인적인 일로 힘들었는데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이 방학도 없이 늦게까지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각오를 해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조형래 울산동광학교 교장과 교사들은 “울산동광학교에서는 지식 외에도 봉사하는 정신과 마음을 배워갔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했는데 학습자들이 이걸 실천해줘 정말 감사하다”며 “검정고시 합격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한 학습자들의 승리”라며 합격자들을 축하했다.
글·사진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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