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겼던 울산 고교야구의 맥이 다시 이어졌다. 해체 위기를 딛고 ‘울산공고B.C’가 지난 1일 공공스포츠클럽인 ‘울산B.C U-18’이라는 이름으로 새출발했다. 울산공고 야구부의 명맥을 잇는 동시에, ‘야구가 고픈 도시 울산’이라는 시민 염원에 부응하며 지역 스포츠 정책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중요한 여정으로 평가된다.
울산공고 야구부는 울산 아마추어 야구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와 시설 노후화, 선수 수급난으로 결국 지난 8월 제53회 봉황대기를 끝으로 해체 수순을 밟았다. 지역 내 유일한 고교야구팀이 사라지면서 울산 체육행정의 빈틈을 드러냈다.
새로 출범한 울산B.C U-18은 기존의 학교 운동부 체제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공공스포츠클럽의 특성을 활용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적 틀을 제공한다. 이 클럽은 전학 없이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며, 중학교 졸업 예정자부터 고교 2학년까지 폭넓게 문호를 개방했다. 프로 진출을 염두에 둔 장기 육성 계획과 맞춤형 훈련 시스템은 기존 학교운동부 방식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강점을 제공한다. 이는 울산만의 실험이 아니라, 전국적인 스포츠 정책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새 사령탑 정정오 감독의 각오다. 삼성과 상무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광주제일고·동강대에서 우승 경험을 쌓은 그는 “1~2년 내에는 자발적으로 선수들이 찾아오는 팀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소년 야구팀(9개)과 문수구장 등 야구 인프라를 잘 활용해 울산 고교야구의 부흥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과 실업팀의 부재로 인해 우수한 인재들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현실은 안타깝다. 당장 전국을 돌며 재능있는 선수 모집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선수 숙소와 훈련장은 일차적 과제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용구장 확보와 안정적 예산 지원, 지도자 양성, 유소년 리그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프로구단이 없는 울산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려는 노력도 절실하다. 타 지역처럼 프로팀이 학교나 클럽을 후원하거나, 2군 경기를 유치해 훈련 공간을 공유하는 협업 모델이 필요하다.
울산B.C U-18의 출범은 작은 기적이다. 하지만 기적이 일시적 반짝임에 그치지 않으려면, 감독의 의지에만 기대어서는 안 된다. 행정과 지역사회의 책임있는 지원, 장기적 제도 마련이 뒤따를 때 비로소 울산은 다시 야구를 품을 수 있다. 그 성패는 앞으로의 한 걸음, 한 걸음에 달려 있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