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4장 / 의병장 윤홍명과 이눌·보부상 서신 5호(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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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4장 / 의병장 윤홍명과 이눌·보부상 서신 5호(48)
  • 권지혜 기자
  • 승인 2025.09.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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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과 기박산성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주 배경이 되고 있는 기박산성 전경. 울산시 제공

“아직 왜놈들이 다 물러간 것은 아니지만 이제 농사도 지어야 하는데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서 지주들이 힘들어 하나 봐. 경작을 못하게 된 일부 지주들은 땅을 헐값에 내놨다는 소문도 있어.”

“우리와 상관없는 애기를 뭐 하러 해?”

“천동이 너, 전에 모아놓은 재산이 있잖아?”

“야, 내가 재산이 어디 있어.”

천동이 극구 부인했지만 동무들은 다 알고 있는 듯이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상당량의 웅담과 호피도 몇 장 있잖아. 니가 곰도 잡고 호랑이와 표범도 잡았다는 거 나는 알지. 가지산에서 백 년 된 산삼도 캤잖아.”

“맞네, 그거면 저수지 밑에 있는 논도 몇 두락 살 수 있어. 더군다나 지금은 농사지을 일손이 없어서 헐값에라도 처분하려고 하는 거니까, 네가 가진 약재와 호피를 전부 처분하면 열 두락도 살 수 있겠는데?”

“양반들이 굶어죽어도 나 같은 천것에게 그런 논을 팔 것 같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그렇게만 생각할 건 아니지. 지금은 식량이 없어서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는 때라서 전쟁이 일어나기 전과는 달라. 안 될 때 안 되더라도 한번 부딪혀는 봐야지.”

“맞아, 천동이 네가 땅을 사면 우리가 농사는 그냥 지어줄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땅을 살 수만 있으면 품삯은 당연히 줘야지. 나보고 악질 지주가 되라고?”

“넌 그 말을 믿니? 먹쇠가 그냥 해 본 소리야.”

“그게 아닌데, 나는 진심이란 말이야. 동무인 천동이가 토지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나는 배가 부를 것 같아.”

“그거야……, 나도 같은 생각이긴 해.”

“천동아, 당장 알아보자.”

“그래, 그러자.”

천동은 일단 그의 전 재산을 숨겨 놓은 장소에 가서 물건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물건들의 품질도 그대로였고, 없어진 것도 없었다. 땅속에 토굴을 파고 왕겨와 숯과 볏짚으로 보호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천동과 친구들은 그길로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소문의 진위를 알아봤다. 그러고는 마침내 건너 마을인 지당에 사는 김 초시가 땅을 팔려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입성이 깨끗한 것으로 갈아입은 천동은 친구들을 두고 혼자 지당마을로 갔다. 지당마을 역시 전란의 화를 면하기 어려워서 성한 집은 단 한 채도 없었다. 마을을 한참 헤매다가 대문이며 사랑채가 크게 훼손되었지만 집의 규모는 동리에서 제일 큰 김 초시의 집을 발견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하인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커다란 집은 군데군데 망가진 상태였고,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해서 금방이라도 귀신이 나올 것 같은 괴기스러운 분위기였다. 한마디로 해서 말만 집이지 거의 폐가 수준이었다. 천동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외쳤다.

“계십니까?”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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