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가 물러가면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왔다. 이맘때면 영남알프스에는 하얀 물결의 억새들이 춤을 추며 장관을 이뤄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영남알프스는 울산시 울주군, 경남 밀양시· 양산시, 경북 청도군에 걸쳐 있는 해발 1000m 이상의 8개 산군을 아우르는 명칭이다. 그렇다면 영남알프스라는 단어는 어디에서 유래된 것일까?
우선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자기 나라의 북알프스를 본떠서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970년대 국내 산악인들 사이에서는 해외 원정 붐이 일었다. 이후 등산객과 언론에서는 유럽의 알프스에 빗대어 영남 동부지역의 대표적인 산악군을 영남알프스로 부르면서 고유명사로 자리잡았다.
또 다른 하나는 해방이후 한국에 들어온 프랑스 신부들이 울산 인근 산이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다워 영남알프스로 불렀다는 설이다.
어쨌든 영남알프스는 수려한 산세와 비경을 간직해 불리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한때는 영남알프스가 외래어여서 순우리말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있었다.
이에 따라 울주군은 간월산, 신불산, 가지산, 고헌산, 천황산, 재약산, 영축산 등 7개 산군에 대해 ‘천하명산 울주 7봉’으로 명칭을 바꿨다. 울주군은 이를 홍보하고 산악관광 자원화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이같은 이름 변경은 인근 밀양시와 양산시 그리고 청도군 등 다른 지자체의 심한 반발을 샀다. 또한 ‘영남알프스’ 명칭이 너무나 보편화 된 탓에 호응을 얻지 못하자 얼마 가지않아 원래대로 환원했다.

영남알프스 관문인 울주군 상북면 복합웰컴센터에서는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제10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성대하게 열리고있다. 움프(UMFF)는 그동안 영남알프스를 배경으로 자연과 인간 그리고 영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독창적인 문화 콘텐츠를 제공해 왔다. 또한 전국의 산악인들을 산업수도이자 산악도시 울산으로 불러모으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정작 영남알프스를 보다 포괄적이고 리얼하게 다룬 영화나 다큐가 제작되거나 상영된적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제에 참여한 전문 인력과 시설물, 상영 영화들은 행사가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영남알프스 단어가 생긴 유래를 보다 정확한 고증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앞으로 영남알프스만을 세밀하게 다룬 영화나 다큐가 제작, 상영됐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이달우 전 UBC 울산방송 보도국 선임기자·다루미디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