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울산 첫 여성일자리 박람회가 알려준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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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울산 첫 여성일자리 박람회가 알려준 불편한 진실
  • 권지혜 기자
  • 승인 2025.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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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지혜 사회문화부 기자

대학교 졸업을 몇 개월 앞두고 친구들과 울산의 여성 일자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은 고향인 울산에 계속 남고 싶지만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며 씁쓸해했다. 현재 울산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구들의 직종을 보면 유치원 교사, 초등학교 교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공무원, 회사원 등 일자리가 한정적이다. 패션, 디자인, 뷰티 등의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했던 친구들은 모두 울산을 떠났다.

이러한 현실은 울산 첫 여성일자리 박람회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제조업 중심의 남성 일자리가 많은 울산에서 여성일자리 박람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경력이 단절된 중년 여성부터 청년까지 일자리를 찾는 여성들이 큰 관심을 보였지만, 여성들이 선호하는 직종의 일자리가 적어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주최측에서는 여성들이 선호하거나 여성들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로 박람회 테이블을 꾸려 차별화를 두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일자리를 찾으러 온 여성들이 느낀 점은 남성들만 뽑는 줄 알았던 기업에서도 여성을 채용한다는 정도에 그쳤다.

울산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박람회를 찾았던 여성들은 울산의 현실을 다시 한 번 깨닫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것이다.

여성들이 일자리 문제로 울산을 빠져나가는 것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동남지방통계청의 ‘2025년 2분기 울산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여자(-0.7%)의 순유출률이 남자(-0.3%)보다 2배 넘게 높았다.

특히 청년층(20~39세) 순유출 인구의 90%가 넘는 374명이 여자고 남자는 15명에 그쳤다는 점은 곱씹어볼 만한 부분이다. 청년층 여성들의 탈울산은 결국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며, 더 나아가서는 울산 인구 감소로 직결된다.

울산의 성평등지수가 매년 하락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여성가족부의 ‘2024년 지역성평등보고서’를 보면 울산의 지역성평등지수는 하위권(67.74~68.72점)으로 분류됐다. 울산은 2021년 중상위권, 2022년 중하위권, 2023년 하위권으로 매년 한 단계씩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성평등 지수를 개선하기 위해선 여성의 일자리 확대와 지원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산업도시 울산의 저조한 여성 일자리를 극복하기 위해 열린 첫 여성일자리 박람회는 왜 울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지난 20년간 전국 최하위였는지를 알게 하는 자리였다.

기업은 여성 인재를 미래 성장의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고 채용과 승진에서 차별 없는 기회를 제공하며, 행정은 과감한 재정 투자를 통해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권지혜 사회문화부 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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