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최근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보안감점 적용 기간을 내년 12월까지 1년 연장했다. ‘차세대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KDDX)’ 사업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인 시점에서 방사청이 종전 방침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 것이다. 이로 인해 KDDX 사업의 기본설계를 수행한 현대중공업이 사업 수주에 매우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KDDX 사업 관련 보안사고 혐의로 2022년 11월 8명, 2023년 12월 1명이 각각 판결이 확정된 것과 관련해, 종전에 이를 ‘단일 사건’으로 판단한 결정을 뒤집어 ‘별개의 사건’으로 판단, 보안감점 조치를 1년 연장했다.
이 결정으로 현대중공업에 대한 보안 감점은 올해 11월까지는 기존 1.8점이, 그 이후부터 내년 12월까지는 1.2점의 보안 감점이 적용된다.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방위사업 입찰의 특성상, 이처럼 치명적인 보안 감점을 연장한 것은 사실상 현대중공업을 배제한 조치나 다름없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까지 제기하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울산급 호위함 배치-Ⅲ 5·6번함 건조사업 입찰에서 보안 감점 페널티(1.8점)로 인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총사업비 8조 원을 들여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관례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까지 맡아 전력화에 속도를 내는 것이 마땅하나, 두 업체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2년째 표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방사청에 재검토를 요청하고, 법적 조치도 진행할 방침이다. 국가안보의 핵심 중추인 방위산업을 책임지며 묵묵히 헌신해온 기업에 대한 심각한 신뢰 훼손이며, K-방산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국익 훼손 행위라는 입장이다.
방사청의 결정 번복으로 함정 건조 등을 담당하는 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 노동자(1700여명)는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정부 당국은 K-방산의 경쟁력과 해군의 조속한 전력화라는 대의를 위해 투명하고 공정한 원칙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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