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오랜 시간 유기동물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행정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반려동물 등록제 시행, 유기동물 입양시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 사료비 지원, 유기동물보호소 환경 개선, 입양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 입양자 교육 등 다양한 정책이 이어져 왔고, 관련 부서 공무원들은 끊임없이 제도 보완과 현장 관리에 힘을 쏟아왔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매년 3000여마리 가까이의 반려동물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으며, 유기동물보호소의 과밀화와 입양률 저조, 구조되지 못한 동물들의 방치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의 행정적 노력이 있음에도 유기동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 원인을 단순히 제도의 미비나 예산 부족에서만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시민들의 인식과 행동의 변화 부족, 그리고 지속가능한 반려동물 문화의 부재에 있다. 제도는 행동을 유도할 수 있지만, 행동의 동기는 결국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마음은 문화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제 유기동물 문제 해결의 중심은 제도나 행정에서 ‘문화와 시민’으로 이동해야 한다. 단기적인 행정 조치로는 한계가 있는 반복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고 책임을 다하는 시민의식과 생활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이러한 문화적 접근의 거점이 바로, ‘울산 반려동물 문화센터’가 그 역할을 해 나가 보겠다는 것이다.
울산 반려동물 문화센터는 단지 유기동물을 입양으로 연계하는 기능을 넘어서, 시민과 행정을 연결하는 실천적 문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이곳에서는 반려동물 입양 전 숙려제도 운영, 반려생활 교육, 문제행동 대처법, 반려동물의 생애주기 이해, 유기동물과의 교감 프로그램, 청소년 생명존중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유기동물이 생기지 않도록 ‘지역밀착 예방 생태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 문화센터의 이 공간을 시민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문화공간이라는 점이다. 단순한 복지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시민 스스로가 반려문화의 주체가 되는 구조를 만들어냄으로써, 울산은 유기동물 문제에 있어 전국적인 모델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문화센터는 울산시와 각 구·군의 보호소, 동물병원, 동물단체와 협력해, 분산된 정보를 통합하고, 입체적인 동물복지 생태계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지자체가 수년간 축적해 온 정책 경험과 행정 기반이 시민의 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 수 있도록, 반려동물문화센터가 ‘전달자’이자 ‘촉진자(퍼실리데이터 facilitator)’로서의 기능을 할 것이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자신이 반려동물을 어떻게 이해하고 책임질 것인지 고민하게 되고, 나아가 지역사회 내 생명존중 문화 확산에 함께 참여하게 된다.
유기동물 문제는 결코 일부 사람만의 책임이 아니다. 누구도 쉽게 입양하고, 쉽게 버릴 수 있는 사회는 결국 우리 모두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결과다.
울산시가 추구하는 유기동물이 줄어드는, 유기동물 없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행정적 노력 위에 생활 속 문화 변화라는 새로운 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울산 반려동물 문화센터가 역할을 해나가고자 한다.
행정은 제도를 만들고, 제도는 문화를 자극하며, 문화는 다시 시민을 변화시킨다. 이 선순환 구조의 출발점이 이제 곧 시민 곁에 다가온다. 울산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버리지 않는 울산’ ‘함께 살아가는 울산’을 만들어가는 데 함께 해주기를 기대한다. 그 어려운 숙제의 길 위에서 울산 반려동물 문화센터는 언제나 시민과 함께 하나하나 풀어 가고자 한다.
성기창 울산 반려동물 문화센터 애니언파크 센터장(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