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43)]노인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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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43)]노인 말하기
  • 경상일보
  • 승인 2025.10.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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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말하기는 말하는 상대와 시간·장소·상황, 세대에 따라 매우 달라진다.

노인 세대의 말하기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노인이 되면 삶의 상황이 급격하게 변한다. 자녀들은 성장해 부모 곁을 떠나고 평생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하면 사회관계와 인간관계의 폭도 갑자기 좁아지게 된다. 또 갈수록 몸도 마음도 쇠약해지고 혼자 보내야 할 시간이 점점 많아지면서 외로움은 더욱 심해진다. 따라서 노인의 말하기는 다른 세대의 말하기와는 사뭇 달라짐을 알 수 있다.

노인 말하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기회를 많이 가지라는 것이다. 인간의 의사소통 활동은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말을 잘 하기 위해서는 심폐기능과 발성기관 등 말을 하기 위한 여러 신체기관이 건강해야 하며 또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야 한다. 늙어서도 말을 많이 하고 논리적이며 말소리에 힘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심신이 건강한 사람이다.

그리고 노인에게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외로움, 고독이다. 그것은 대화할 상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이들수록 자신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라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 더불어 대화할 기회를 자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대화의 기회가 오면 위축되거나 소극적으로 피하기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가족과 자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다.

다음으로 노인은 말을 할 때 의도적으로 말소리를 좀더 크게 하고 발음을 분명하게 하며 활기차게 말할 필요가 있다. 나이들어 몸이 쇠약해지면 자연적으로 말수가 적어지고 말소리도 힘이 없어지며 발음도 분명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지나치게 큰소리로 말한다거나,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말을 한다거나, 욕심을 내 대화를 독점하려 하거나, 말 중간에 자꾸 끼어들거나, 했던 말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면서 말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노인은 시시비비를 따지는 말은 삼가는 것이 좋다. 칠팔십대, 그 나이에 시시비비를 따져 무엇을 얻겠는가. 자기 말이 맞다고 의기양양할 때 상대의 마음은 벌써 당신으로부터 떠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잘난 체하거나 자랑하는 말도 삼가야 하며, 상대에게 지나친 간섭이나 충고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나이들수록 쉽게 우울해지며 사소한 말에도 쉽게 상처받고 서운해 한다. 그리고 나이 육칠십을 넘긴 노인의 생각과 습관을 어떻게 바꾸고 자기 생각에게 맞추기를 바라는가. 바꿀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괜히 서로 관계만 나빠질 뿐이다. 따라서 노인 말하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겸손하고 서로 존중하면서 칭찬해 주고, 격려하며, 공감해 주는 것이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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