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영의 버섯이야기(61)]우리말 이름의 버섯들
상태바
[최석영의 버섯이야기(61)]우리말 이름의 버섯들
  • 경상일보
  • 승인 2025.10.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석영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름과 운명을 연결하는 성명학은 차치하더라도 아름답고 친숙한 이름이 가지는 함의는 매우 넓고도 깊다고 하겠다. 일반적으로 버섯의 이름은 주로 모양, 색깔, 성질, 성분, 발생 장소 등의 특성에 따라 붙이게 된다. 거기다 어원, 의미, 특성이 함축되어 있으면 더 바람직한데 마치 꽃말이 우리에게 그 꽃의 성격을 더 잘 알게 해주는 것처럼 버섯의 경우에도 특별한 의미를 담은 이름이 요구된다.

버섯 중에는 낯설지만 어딘가 친숙한 듯한 이름이 있다. 백우진 저 <단어의 사연들>의 ‘내가 모르는 단어는 내가 모르는 세계다’라는 부제처럼 단어의 뜻을 모르면 그 이름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미 언급한 댕구알버섯(본보 2024년 10월 14일자), 소캐버섯(본보 2024년 9월 9일자) 이외에도 말불버섯, 말징버섯, 살팽이버섯, 색찌끼버섯, 시루뻔버섯, 패랭이버섯 등이 바로 그 예이다.

우리말 이름의 버섯들.
우리말 이름의 버섯들.

우리가 낯선 단어를 만나면 보통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는데 최근에는 사이버공간에서 AI가 먼저 알아서 자료를 올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할 경우에는 간혹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버섯 중에서 이해가 쉽지 않은 이름을 만났을 때의 당혹감을 넘어 그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였을 때는 마치 새로운 버섯을 찾았을 때만큼 즐겁기도 하다. 게다가 그것이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의미의 이름일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시루뻔버섯은 가을에 죽은 활엽수 줄기에 발생하는 버섯이다. 시루뻔은 표준어 ‘시룻번’을 발음 나는 대로 쓰는 말로 시루를 솥에 안칠 때 그 틈에서 김이 새지 않도록 바르는 반죽을 뜻하는데 떡을 만들고 나면 그 색깔이 갈색으로 변한다. 지금은 전통적인 시루를 사용하여 떡을 찌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실생활에서 사라지는 존재이므로 듣기 어려운 말이 되었다. 또 패랭이버섯은 잔디밭에 노랗게 돋아나는 귀여운 버섯으로 그 모습이 패랭이를 닮아 붙은 이름이다. 패랭이는 댓개비로 엮어 만든 갓으로 예전에 역졸, 보부상 같은 신분이 낮은 사람이나 상제(喪制)가 썼던 모자이다. 꽃 중에도 모양이 패랭이처럼 생긴 것을 지칭하기도 한다. 지금은 민속극 등 전통놀이에서나 볼 수 있는 복식 중의 하나가 되어 버렸다.

이렇듯 이제는 사라졌거나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버섯 이름에 넣어두면 그 단어는 영원히 전해질 수 있게 된다. 선배 연구자들이 외국도서 하나 구입하기 어려웠던 시절에도 버섯 이름은 참 운치 있게 지었다는 생각에 절로 존경심이 솟아난다.

최석영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특집]추석 황금연휴, 울산에서 놀자
  • 3대 대형마트 추석당일에도 영업, 백화점은 추석 전후 이틀간 휴무
  • [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13)유익한 지름길-청구뜰공원
  • 울산 여야, 차기 시장선거 준비체제 전환
  • 한가위 보름달, 구름사이로 본다
  •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