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파도가 몰고 오는 숙제, 해안 쓰레기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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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파도가 몰고 오는 숙제, 해안 쓰레기와의 전쟁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5.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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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정 사회문화부 기자

울산 동구의 대표 관광지인 일산해수욕장은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요즘 모래밭을 덮고 있는 것은 해초도 관광객들의 발자국도 아닌 온갖 쓰레기다. 해류를 타고 밀려온 페트병, 쇠막대, 통조림 캔까지 각종 부유물들이 뒤섞여 해변 전체가 쓰레기장처럼 변해 있다. 맨발 산책이 유행인 요즘, 날카로운 잔해까지 엉켜 있어 발길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다.

가을로 접어든 뒤 현장에서는 거의 매일같이 쓰레기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먼저 공공근로자들이 나와 눈에 띄는 폐기물을 분류하고 이어 환경공무직이 해초와 뒤엉킨 잔해들을 하나하나 분리한다. 이 과정을 마치면 해변은 비로소 제 모습을 찾는다. 하지만 그 모습은 하루도 가지 않고, 다시 같은 자리에 비슷한 양의 쓰레기가 쌓인다. 이 때문에 이들의 노력이 헛수고처럼 보이기도 한다.

계절마다 해변에 몰려드는 부유물의 종류는 모두 다르다. 봄~여름철에는 피서객이 남긴 흔적과 인근에서 떠밀려온 해조류가 골칫거리다. 그러다 가을철이나 비가 내린 뒤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태화강을 따라 도심의 생활쓰레기가 한꺼번에 바다로 쏟아져 내려오고, 심지어 먼바다에서 흘러들어온 페트병과 캔도 가세해 해안을 뒤덮는다.

청소 인력들은 허리를 펴지 못한 채 쓰레기를 주우면서도 “평소에도 이 정도는 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태화강 상류에서 내려온 생활쓰레기가 바다를 만나 인근 해안에 고였다가 해류를 따라 슬도와 일산해수욕장으로 흘러드는 구조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올해는 슬도 쪽으로 쓰레기가 집중되고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일본 방면 태풍의 영향으로 일산해수욕장 역시 쓰레기장이 됐다.

동구는 움푹 들어간 형태의 해안 구조와 해류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러나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바다 건너 사정을 따질 겨를이 없다. 당장 눈앞의 폐기물을 치우지 않으면 관광지는 곧바로 흉물로 변하고 악취를 풍긴다.

해양관광지로서의 이미지를 지키려는 지자체의 노력은 분명하다. 매일 인력을 투입하고, 필요하면 기계까지 동원한다. 하루에 수백 개가 넘는 마대 자루를 채운 날도 있다. 하지만 성수기가 지난 가을철에는 투입되는 인력이 줄어 대응이 벅차다. 태화강 상류의 생활쓰레기 관리, 바다에서 버려지는 어업·선박 쓰레기 단속 등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동구 일산 해수욕장은 머지않아 국가적인 해양 레저관광 거점으로 부상할 지역이다. 이에 매년 떠내려오는 쓰레기는 관광 거점 조성의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매일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들의 땀이 허무하게 흩어지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양쓰레기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김은정 사회문화부 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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