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엔지니어의 나라와 변호사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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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엔지니어의 나라와 변호사의 나라
  • 경상일보
  • 승인 2025.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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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7세에 부모님을 따라 중국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온 단 왕(Dan Wang)은 올해 33세다. 단 왕이 쓴 라는 책이 8월말에 나왔다. ‘질주: 미래를 설계하려는 중국의 탐구’라는 뜻이다. 아직 중국어판은 나오지 않았는데 저자는 <突破: 中國探索建未來>(돌파: 중국탐색구건미래)라고 설명한다. 영어, ‘Breakneck’은 ‘아주 빠른, 목숨을 건, 위험할 정도로 속도가 빠른’이라는 뜻이니 돌파(突破)보다는 질주(疾走)에 가깝다. 이 책에서 중국이 공학기술을 중시하고 엔지니어를 중용하여 눈부신 발전을 하여 왔다고 하였다. 사회간접자본인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여 원자재 조달과 물류 등 산업이 원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EV), 로봇공학, AI 등 미래 산업에서 중국이 ‘공정 지식(Process Knowledge)’을 축적하며 미국을 능가하는 제조 및 실행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실이다. 그래서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그동안 한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만드는 일을 하다가 이제는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볼 때 한국과 기술력이 대등하거나 우위에 있다고 한다. 한국이 앞선 분야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값싼 중국의 원자재와 반제품이 없다면 한국도 미국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미국은 추격해 오는 중국에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고 있다. 달아나면서 격차를 더 벌리려는 미국과 따라가면서 추월을 하려는 중국의 모습을 보면서 살벌한 분위기를 느낀다. 미국은 우방국에게 중국을 돕지 말라하고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고립에 빠지자 북·중·러는 우의를 다졌다.

사실, 미국이 세계경찰의 역할을 다 맡기에는 벅차고 불가능하다. 재정적자가 너무 크다. 미국의 2025 회계연도 누적 재정적자(잠정치) 약 2816조원(1.97조달러)은 우리나라 예산의 4.2배 정도나 된다. 미국으로서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조세수입을 늘리고 재정지출을 삭감해야 한다. 그래서 우선 관세를 들이대고 또 나토와 우방국에 분담을 요구하였다. 그러니 이웃사촌들과 좋을 수가 없다.

나토 국가의 리더인 독일과 프랑스를 보면 답답하다. 독일은 성장이 멈추니 경제가 침체하고 원전을 폐기하여 에너지 비용이 올랐으나 해결책은 쉽지 않다. 주택 부족, 생활비 부담, 인구 고령화 등으로 노동력이 부족하고 기술 및 인프라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 정치판 또한 안정적이지 못하다. 프랑스도 불안정하다. 연금 개혁(pension reform), 세제(wealth tax 등) 개혁에 대한 반발이 강하고 사회적 저항이 심하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처지이니 러시아의 눈치를 보며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주지 못한다. 이것이 정의로운가?

중국인으로 태어난 단 왕은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에 살면서 중국을 관찰하고 분석하여 ‘연례 서신(Annual Letters)’을 발표해 왔는데 그 7편을 엮어서 책을 만들었다. 그의 주장을 보면 중국은 ‘공학 국가(Engineering State)’로서 물리적·사회적 문제에 과감하게 접근하고 구축하는데 집중하였고 지난 40년을 그렇게 해서 눈부신 발전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변호사 사회(Lawyerly Society)’로서 소송과 규제를 통해 변화를 막고 효율성을 저해하는 ‘소송 만능주의적 거부권(vetocracy)’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는 복잡한 법적 절차와 규제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 반사적으로 막아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나 신속한 변화를 어렵게 만든단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발전을 막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고 정교한 제재 제도를 설계하는 등 법률적인 수단에 의존한단다. 공장을 짓지 않고 값싼 물건을 수입하다 보니 중국에 산업과 기술이 추월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이제야 일자리와 생산의 중요성을 알고 관세를 물기 싫으면 미국에 공장을 지으란다. 미국에다 공장을 지으면 면세와 보조금을 주겠다며 유인한다.

중국을 엔지니어의 나라, 미국을 변호사의 나라로 보는 33세의 젊은이가 우리나라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 엘리트들이 엔지니어를 마다하고 의사가 되려는 의사의 나라일까? 아마도 특권이 100가지가 넘는다고, 하나님도 부러워하신다는 국회의원의 나라가 아닐까? 이들이 ‘미래 한국을 설계하려는 탐구’는 돌파? 질주? 아니 폭주(暴走)다.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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