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회 국정감사장에 소환됐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경영권 인수에 이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전략적 자산으로 부상한 고려아연이 투기 자본의 ‘먹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울산 지역을 넘어 국가적 관심사로 재부각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지난 14일 출석한 MBK 경영진은 인수 후 인력 감축은 없고, 중국 자본에는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과 지역 사회는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특히 MBK 경영진은 중국을 제외한 제3국 기업으로의 매각(엑시트) 가능성에는 확답을 피해 의구심을 더했다. 이는 MBK의 궁극적인 목표가 ‘투자 회수 및 차익 실현’에 있음을 명확히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올해 초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울산 지역사회와 연대하며 버티고 있지만, MBK·영풍 연합이 확보한 46.7%의 지분은 여전히 현 경영권을 위협하는 그림자로 남아있다.
이미 MBK는 과거 코웨이, ING생명, 두산공작기계 등 기업들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과 재매각을 반복해 ‘기업 사냥꾼’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 점포 15곳 폐점 역시 지역 고용과 상권에 큰 충격을 주며 MBK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더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단순한 향토기업이 아니다. 아연, 연, 귀금속뿐 아니라 군수·방산 필수 소재인 희소금속을 생산하며, 국가 핵심 전략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외국 국적 대표와 외국인 주주가 이끄는 사모펀드에 넘어간다면, 기술 유출과 산업 생태계 붕괴, 나아가 국가 안보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
현재 고려아연은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2차전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미래 성장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사모펀드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장기 전략은 무산되고 단기 수익 실현에 따른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할 때다. 사모펀드의 적대적 M&A가 고용 불안과 기술 유출, 지역경제 침체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제도적 대응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 국가 기간산업을 투기 자본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공적 장치가 절실하다. 고려아연은 단기 수익의 도구가 아닌,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로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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