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를 잘 보지 않는 내가 요즘 가끔 찾아보는 프로가 있다. TV 시청이 힘들면 유튜브를 찾기도 한다. 국회의원 관련 뉴스 특히 법사위와 국정조사를 열심히 챙긴다. 정치에 관심이 많아서도 아니고 좋아하는 국회의원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냥 재미가 있어서이다. 온종일 바쁘게 살면서 피곤이 목구멍까지 찼을 때, 국회 관련 뉴스가 피곤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 즐거움 속에 나라와 나라 사람을 위한 걱정이 자꾸 들고,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 전에 일단은 재밌다.
한때 이주일과 심형래 등 바보 캐릭터들이 대중에게 큰 웃음을 준 적이 있다. 웃음을 위한 바보 코드는 여전히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바보 아닌 사람들의 바보 연기, 요즘 국회를 보면 절로 드는 생각이다. 특히 법사위, 여야를 막론하고 초등학생 수준의 모습을 경쟁하듯이 자주 보여준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거나, 막말과 고함, 카메라를 의식한 과장된 행동, 속내가 뻔히 읽히는 질의와 대충 깔아뭉개는 답변, 나의 초등학교 시절 학급 회의보다 못하거나 딱 그 수준이다. 그래도 아이들 마음은 순수하기라도 했다. 논리성과 합리성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온 데 간 데가 없다. 그냥 모자라거나 대의보다는 개인의 이익에 몰두하는 소인배들의 집합소 같다.
추석 연휴 때 만난 시골 할머니의 말, “국회의원들도 시험을 쳐서 뽑아야 해.” “할머니! 그 사람들 이미 시험 잘 쳐서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입니다.” “그래? 시험 문제가 잘못됐나, 하긴 우리집 영감탱이도 이랬다저랬다 하는데, 국회의원이라고 별 수 있겠냐.” “그래도 국회의원인데…. 할머니! 그래도 그 사람들 잘하는 게 있더라고요.” 말꼬리 잡는 것, 쇼츠 등의 촬영을 위한 연기. 할머니와 헤어져 오면서 시나브로 씁쓰레해졌다. 과연 그들 마음속에 국가와 국민은 있을까. 자기 이익만 있지 않을까. 문득 든 생각, 그들이 빠짐없이 동료 국회의원들을 부를, ‘존경하는 ○○○ 의원님’, 맞다. 상대를 존중할 때가 있긴 있지. 근데 낯간지럽지 않나?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