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국가 차원의 초대형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사업인 국가 AI컴퓨팅센터 유치 경쟁에서 조기 탈락했다. 사업을 이끌 민간 파트너를 확보하지 못한 채, 공모 마감일까지 신청서조차 제출하지 못하면서 자진 하차한 것이다.
정부는 ‘AI 3대 강국’ 실현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AI 인프라의 지역 분산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런 중대한 시점에 울산이 자발적으로 공공 AI 인프라 경쟁에서 이탈한 것은 곧 지역 산업의 ‘디지털 대전환 열차’를 스스로 놓친 것이나 다름없다. 울산의 ‘AI 수도’ 비전 실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1일 국가 AI 컴퓨팅센터 공모를 마감한 결과, 전남을 후보지로 한 삼성SDS 컨소시엄이 단독 응모했다고 밝혔다. 울산은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산·학·연·관 협력기구인 ‘유-넥스트 인공지능 협의회’를 출범시키며 AI 컴퓨팅센터 유치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신청서조차 내지 못하고 유치전에서 발을 뺐다.
이에 따라 총사업비 2조5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국책사업인 국가 AI 컴퓨팅센터는 글로벌 기술 역량을 갖춘 삼성SDS 컨소시엄과 손잡은 전남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AI컴퓨팅센터 유치 불발의 가장 큰 원인은 핵심 민간 파트너 확보 실패에 있다. 울산을 잠정 후보지로 검토하던 A기업은 수익성과 사업 리스크를 이유로 참여를 포기했다. 기업이 참여를 고민할 만한 부지 제공, 투자유치 지원금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울산은 SK·AWS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계기로 ‘AI 수도’ 도약을 선언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초대형 국책사업의 기회를 놓쳤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의 AI 정책 기조와 울산시의 비전 간 괴리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분산형 AI 전략의 핵심은 국가 AI 컴퓨팅센터와 동남권(포항)·서남권(전남)에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AIDC) 구축이다.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이러한 국가 AI 인프라 유치 경쟁에서 울산은 소외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울산을 아시아태평양 AI 데이터 산업의 허브로 육성해 미래 100년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AI 수도’ 비전은 멀어질 수 있다.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비전을 넘어선 실행 전략, 선제적 인프라 투자와 유치, 실질적인 민간 파트너십 구축에 나서야 한다. 기회를 흘려보낸다면, 울산의 ‘AI 고속도로’ 진입 자체가 봉쇄될 수 있다. 미래는 절박하게 준비하는 도시에만 허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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