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5장 / 선조 의병장 김덕령을 친국하다(71)
상태바
[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5장 / 선조 의병장 김덕령을 친국하다(71)
  • 권지혜 기자
  • 승인 2025.11.03 0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과 기박산성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주 배경이 되고 있는 울산왜성 전경. 울산시 제공

“알고 있다. 그들은 내가 탈옥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아직 전란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주상과 조정을 친다는 것은 왜적들에게 나라를 들어 바치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몽학의 울분은 알면서도 지금은 때가 아니기에 나는 이몽학 군을 진압하려고 의병군을 움직였다.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왜적으로부터 이 강토를 지키는 게 우선이다. 설사 내가 이곳에서 앉아서 죽임을 당하더라도 어쩔 수가 없구나. 그것이 나 김덕령의 운명인 거야.”

“장군! 백성들에게 있어서 군주는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십니까?”

“북극성과 같은 존재가 아니겠느냐?”

“맞는 말씀이옵니다. 그런데 지금 조선의 임금이 백성들에게 북극성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김덕령은 잠시 멈칫하더니 느리게 답을 하였다.

“지금은 전시니라.”

“전시가 맞기는 하지요. 하지만 지금 조선의 군주는 백성을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저 필요하면 취하고 쓸모가 없다고 생각되면 버리는, 도포 자락에 달고 다니는 호박 같은 존재에 불과할 뿐입니다.”

“지금의 그 말은 일개 천민에게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너에게 그런 것을 가르친 스승이 누구더냐?”

“소인 같은 천민에게 가르침을 줄 스승이 조선 천지에 어디 있겠습니까? 그저 운이 좋아서 사서삼경을 좀 읽었을 뿐입니다.”

천동은 익호장군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이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장군! 지금의 주상은 인심을 너무 많이 잃었습니다. 맹자께서 탕왕이나 무왕이 그들이 천자로 섬기던 걸임금과 주임금을 내쫓은 것은 신하의 도리를 저버린 행동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제발 임금 같지 않은 임금을 위해서 죽지는 마시옵소서. 차라리 탈옥해서 주상의 목을 치시옵소서.”

익호장군 김덕령의 호안(虎眼)에서 다시 불꽃이 튀었다.

“이놈이 나보고 정말 역적이 되라는 것이냐?”

천동도 지지 않으려는 듯 안광을 번득이며 말을 이었다.

“역적이 아니라고 아무리 주장하셔도 장군은 역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주상이 장군을 두려워하고 의심하는 한 장군의 충심을 그가 결코 믿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조선의 백성인 내가 이몽학과 같은 길을 갈 수는 없다.”

김덕령의 목소리가 힘을 잃고 있었다.

“이몽학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소인배입니다. 조선의 힘을 약화시키고자 목숨 걸고 이 땅을 지키려고 한 의병장들을 물귀신처럼 끌고 들어간 그자가 원망스럽습니다. 그자가 괜히 애꿎은 백성들만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건 그렇지.”

“장군, 지금 이 나라는 군불군(君不君)이요, 신불신(臣不臣)인데 차라리 장군의 힘으로 엎어버리시지요?”

글 : 지선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오늘의 운세]2025년 10월20일 (음력 8월29일·임술)
  • 옥교동한마음주택조합 8년만에 해산 논의
  • 울산도시철도 2호선 예타 여부 이번주 결정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박준 ‘지각’
  • 필름부터 AI이미지까지 사진 매체의 흐름 조명
  • 중구 ‘B-15 조건부 의결’ 재개발 본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