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건설현장에서 불법하도급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하도급은 안전관리 부실과 임금체불, 부실시공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실효성 있는 단속과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일 지역 노동계 등에 따르면, 최근 울산 한 건설공사 현장에서 철강구조물 작업을 맡은 하도급사가 무등록 업체에 다시 하도급을 주다 적발돼 2억44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원청이 공사비를 줄이고 공기를 맞추기 위해 책임과 비용을 아래로 떠넘긴 결과다.
불법하도급은 건설공사를 맡은 원청업체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등록·무자격 업체에게 공사를 다시 넘기는 행위를 말한다. 이 같은 저가 낙찰 구조가 고착되면서 근로자 임금체불과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11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50일간 관계기관 합동 건설공사 불법 하도급 단속활동을 벌인 결과, 울산에서는 14개 현장 중 1곳이 적발됐다.
문제는 적발되더라도 10건 중 7건은 과태료나 시정명령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건설산업기본법상 가장 높은 수위의 제재는 ‘영업정지’지만, 실제로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불법 하도급과 대금 미지급 등 건설산업기본법 위반행위에 내려진 행정처분 1563건 가운데 영업정지는 27.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과징금 또는 시정명령으로 마무리됐다.
이처럼 느슨한 제재 탓에 지역 건설현장에서는 임금체불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울산 사업장 1611곳에서 임금 체불이 발생했다. 건설업 체불금액은 56억67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늘었다.
실제로 북구 한 전기차 공장 건설 현장에서는 하청업체 소속 일용직 근로자 270여명이 두 달치 임금 12억원을 제때 받지 못했다. 울주군 온산공단 내 석유화학 공장 건설 현장에서는 하청 업체와 계약한 일용직 근로자 40여명이 몇 주간 급여를 받지 못했다.
지역 건설노조 관계자는 “하도급 계약서 미작성이나 직접시공 의무 위반은 확인이 쉽지 않아 단속의 사각지대가 많다”며 “행정기관의 정기 점검 강화, 처벌 수위 상향이 병행돼야 근로자들의 임금체불과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