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의 마지막 관문인 국회 심사를 앞두고 지역 정치권과 손잡고 총력전에 나섰다. 지난 3일 서울에서 열린 ‘2025년 하반기 예산정책협의회’는 울산시와 울산국회의원협의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행사로, 국회 단계에서의 증액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시는 이날 반구천 세계암각화센터, AI선박 특화 플랫폼, 수소엔진 육상실증, 이차전지 전주기 지원 등 18건, 589억원 규모의 예산 증액을 건의했다.
울산시가 증액하고자 하는 예산의 방향은 명확하다. 울산은 기존의 조선·자동차·에너지 산업을 기반으로 하되, 수소·AI·배터리 등 신산업 기술을 결합해 산업구조를 재편하고자 한다. 선박용 수소엔진 실증 플랫폼, 전기차용 배터리 안전성 평가센터, AI선박 특화 플랫폼은 모두 탄소중립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할 인프라다. 특히 수소와 AI,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산업 생태계는 울산이 대한민국 제조산업의 중심에서 미래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계획은 국비가 확보돼야만 현실이 된다.
그렇기에 지금 울산의 과제는 ‘설득’이다. 국비는 주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근거, 그리고 공감으로 확보된다. 사업의 필요성을 정량적으로 증명하고, 울산의 산업 경쟁력이 국가의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울산이 단지 지방 중 한 곳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산업 전환을 선도할 ‘국가적 실험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 그것이 울산이 설득해야 할 핵심이다.
이 설득이 힘을 얻으려면 울산시의 치밀한 전략과 정치권의 결집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행정은 데이터를 근거로 논리를 세우고, 정치권은 그 논리를 국회 심사 과정에서 현실의 결과로 만들어야 한다. 정파를 뛰어넘은 지역 국회의원들의 연대 없이는 중앙정부의 장벽을 돌파할 수 없다. 예산은 숫자의 전쟁이지만, 결국 ‘하나의 울산’이 움직일 때만 승리할 수 있다.
울산은 이미 ‘AI 수도’와 ‘수소경제 선도도시’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그 비전이 현실로 다가서려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2026년도 국가예산은 11월 상임위와 예결특위를 거쳐 12월2일 최종 확정된다. 남은 한 달은 울산의 산업 미래를 결정지을 골든타임이다. 시와 정치권이 한뜻으로 움직인다면, 이번 예산은 숫자의 이동이 아니라 울산의 체질 전환을 현실로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설득의 기술은 결국 협력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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