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들이 혼란스럽다. ‘글로컬로 가라’더니 ‘서울대급으로 크라’는 신호가 떨어진 탓이다.
울산대학교를 비롯한 지역 대학들은 최근까지 정부 방침에 따라 ‘글로컬대학30’ 선정에 사활을 걸었다. 지역 균형 발전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걸고, 얼마 남지 않은 인력과 재정을 쥐어짜며 계획서를 냈다.
울산에서도 “이 기회에 대학도 살고, 지역도 살아보자”며 온 힘을 쏟았다. 결과는 어땠는가. 몇몇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탈락 대학’이 됐다.
그런데 이제는 ‘서울대 10개’다. 이는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지방 대학의 경쟁력을 올리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 교육 공약이다.
서울이 아닌 곳에 서울대를 만들겠다는 이 말은 듣기만 해도 불안하다.
거점국립대조차 없는 울산에서 서울대급 대학을 꿈꿔보라고 하다니. 청년 인구 감소와 수도권 유출 등 여러 악재가 겹친 울산 현실은 버겁고 숨통은 막힌다.
정부는 늘 계획이 있다고 말한다. 지역 대학을 살리겠다는 구호는 ‘1일1외침’ 수준이다.
하지만 지역 대학은 정부가 내세운 거창한 이름들 속에서 늘 실험대 위에 올려진 존재일 뿐이다.
문제는 방향이다. 정부가 진정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면 지역 균형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역에 서울대를 만들겠다고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전국이 함께 크는 대학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일이다.
정책 타이틀만 바꾼다고 해서 ‘지방대’의 숨통을 틔울 수 없다. 지역 대학이 대규모 사업의 들러리가 아닌 지역 사회와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울산대, UNIST, 울산과학대, 춘해보건대 등 지역 대학들은 이미 현장형 인재 양성, 지역 맞춤 연구, 기업 협력 등 다양한 혁신에 나서고 있다. 전국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글로컬도, 서울대 10개도 취지는 좋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벼랑 끝에서 버티는 지역 대학의 현실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정말 필요한 것을 즉시 지원하며 함께 해법을 고민하는 일이다. 올해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내년에도 지역 대학들이 생존 전략을 짜기 위해 정책 눈치만 보며 허겁지겁 뛰어다녀서는 안 될 노릇이다. 이다예 사회문화부 기자 ties@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