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복된 CPR 실습교육이 만든 울산 ‘골든타임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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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반복된 CPR 실습교육이 만든 울산 ‘골든타임의 기적’
  • 경상일보
  • 승인 2026.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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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울산에서 잇따라 확인된 심폐소생술(CPR) 인명구조 사례는 분명한 결론을 남긴다. 위기의 순간 생명을 살리는 힘은 우연한 용기나 감동이 아니라, 표준 응급대응 절차를 몸이 기억하도록 설계된 반복 훈련이라는 점이다. 골든타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준비된 손이 먼저 움직일 때 비로소 확보된다.

지난 15일 울주군 온양체육공원에서 축구 경기 뒤 휴식 중이던 60대 남성이 갑자기 쓰러졌다. 현장에 있던 온양OB축구회 회원들이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환자는 의식을 되찾은 뒤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까지 무사히 마쳤다. 온양OB축구회는 지난 2023년 창립행사 당시에도 심정지 환자를 살려낸 바 있다. 지난 연말 동구의 한 식당에서는 아르바이트 중이던 고교생 두 명이 쓰러진 어르신에게 CPR를 실시해 회복을 도왔다. 주인공이 동호회 회원이든 학생이든, 사건의 의미는 ‘누가 했는가’가 아니다. 배운 내용이 실제 상황에서 재현됐다는 사실, 반복 교육이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울산은 CPR 실습교육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울산시소방본부는 연중 운영되는 ‘찾아가는 CPR 교육’을 통해 기업, 기관, 학교 등 단체를 방문해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적십자사 울산지사 역시 봉사원과 시민을 대상으로 CPR 실습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실제 재난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CPR 교육 대중화의 노력 덕분에 시민영웅들의 활약상이 잇따르고 있으며, 최근 3년간 울산에서 하트세이버를 받은 민간인은 45명에 달한다.

그러나 교육은 여전히 ‘체험’ 수준에 머무는 곳이 적지 않다. 일부 학교에서 단체 실습을 진행하지만 정례화된 제도로 자리 잡았다고 보긴 어렵다. 교육 기회는 학교와 기관에 따라 편차가 크고, 반복성과 지속성은 충분치 않다. CPR는 지식이 아니라 근육 기억의 영역이다. 쓰러짐 확인, 119 신고와 주변 지시, 흉부압박 시작, AED 부착과 분석, 교대 유지까지 하나의 흐름을 실제처럼 익혀야 한다. 짧더라도 자주 반복하는 실습이 생존율을 높인다.

효율적인 CPR 교육을 위해 연 1회 이상 반복 실습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야간·주말 교육과 소규모 팀단위 찾아가는 교육을 확대해 사각지대를 줄이고, AED는 설치 숫자보다 사용 숙련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관리해야 한다. 위급상황서 생명을 구하는 교육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복 훈련이 시민의 손을 먼저 움직이게 할 때, 골든타임은 더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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