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경기부양책 실행땐 대미수출 증가 등 전망
다자간 체제 복원 통해 글로벌 무역심리 개선될듯
동맹국 연대 요구로 중국과의 관계 눈치보기 계속
기후변화 대응 투자 예고돼 친환경산업 수혜 예상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트럼프 재선보다 통상환경이 다소 완화되고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실행에 옮겨지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바이든과 민주당의 강한 환경 규제 의지가 한국 기업 입장에서 새 무역 장벽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중 통상 갈등 속 선택을 강요받는 한국 경제가 ‘샌드위치’ 처지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 경제성장률·수출 증가 분석
한국은행은 미국 대선 직전 보고서에서 “바이든이 승리하면 우방국과의 관계 회복과 다자간 체제 복원을 통해 글로벌 무역심리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산 수입 규제 가운데 미국의 규제가 43건으로 가장 많았다.
바이든은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 무역체제의 유효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국내 일자리·환경 보호를 전제로 무역 장벽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전반적으로 통상 환경이 나아질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산업연구원, 한국무역협회, 코트라 등 국내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신규 무역구제 조치 감소, WTO와의 관계 개선 등 통상환경에 일부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과의 결속 강화를 추진함에 따라 미국과 동맹국 간의 통상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종합적으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p 오르면 한국의 수출과 경제(GDP) 성장률에 각 2.1%p, 0.4%p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바이든 당선시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지금보다 연평균 0.6~2.2%p, 경제성장률은 0.1~0.4%p 높아질 수 있다는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대한상의, 유가 상승·달러가치 하락 등 전망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산업계와 분야별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경로별로 분석, ‘B’(Bond with Allies·통상분야 미 동맹국 연대 요구)·‘I’(Increase in Oil prices·유가 상승)·‘D’(Dollar decline·달러화 가치 하락)·‘E’(Eco-friendly Growth·친환경산업 성장)·‘N’(North Korea Policy Change·대북전략 변화)로 정리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의 통상전략으로 ‘중국 압박’과 ‘다자협상’에 방점을 찍었다. 정혁 대한상의 자문위원(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미국은 인권·전략적 포용(engagement) 외교로 회귀하고, 동맹과 연대해 중국을 정치·경제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적극적 협조를 구할 가능성이 큰데, 이에 따라 대 중국 무역 비중이 큰 기업을 중심으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 가능성과 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바이든이 공약한 적극적 경기부양책으로 이미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 내 달러공급이 더 늘게 되고, 대 중국관세 인상 가능성도 낮아짐에 따라 금융·외환시장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위안화를 포함한 아시아·신흥국 통화 가치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가 청정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에 4년간 2조 달러를 풀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업계와 전기차 배터리 산업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산업계의 발빠른 대응도 주문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