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국가정원 ‘아우돌프 정원’ 위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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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태화강국가정원 ‘아우돌프 정원’ 위치 논란
  • 이춘봉
  • 승인 2021.07.1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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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곳곳에 조성된 피트 아우돌프의 자연주의 정원.
▲ 세계 곳곳에 조성된 피트 아우돌프의 자연주의 정원.
▲ 세계 곳곳에 조성된 피트 아우돌프의 자연주의 정원.
울산시가 정원 디자인계의 거장인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를 초청해 태화강국가정원의 랜드마크가 될 정원을 조성한다. 세계 유명 도시의 러브콜에도 쉽게 응하지 않을 정도로 작품 후보지 선정이 까다로운 작가로 알려진 가운데, 울산시와 입지 선정을 놓고 잡음이 발생해 사업 추이에 촉각이 모아진다.

시는 세계적 정원 디자이너인 피트 아우돌프가 태화강국가정원에 면적 2만㎡ 규모의 자연주의 정원을 조성한다고 15일 밝혔다.

네덜란드 출신인 피트 아우돌프는 정원 디자인계에서 첫 손에 꼽히는 대가로 자연주의 오계절 정원으로 유명하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정원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작품 후보지 선정이 까다롭기로도 유명한데, 아직 아시아에서 작업한 적이 없을 정도다.

태화강국가정원에 그의 작품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접한 전남 순천시와 서울시 등이 부러움을 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가의 작품이 들어서는 만큼 태화강국가정원의 격이 대폭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피트 아우돌프가 태화강국가정원을 작품 무대로 선택한 것은 지역 민간 조경 관계자들의 공이 컸다. 이들은 지난 2019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원예박람회에 참석한 피트 아우돌프를 만나 태화강국가정원 내 정원 조성을 요청했다. 이후 피트 아우돌프는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변신한 태화강의 스토리텔링을 전해들은 뒤 태화강국가정원에 작품을 조성키로 했다.

시는 올해 초 피트 아우돌프와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10월 울산에서 열리는 2021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 전에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총 사업비 13억원 가운데 10억원은 경남은행, 3억원은 시가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상지 선정 과정에서 시와 피트 아우돌프 사이에 이견이 발생했다. 아우돌프측 협업자는 태화강국가정원을 방문해 장소를 선정하고 디자인 초안 작업을 완료했다. 대상지는 국가정원 내 국화원 일원이었다.

당초 국화원과 초화원 2곳을 후보지로 제시했던 시는 국화원 낙점에 난색을 표했다. 가을철 시민들이 보고 즐기는 국화원은 지역의 정체성이 담긴 곳인 만큼 갈아엎고 새로운 정원을 조성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특히 국화원은 태화강국가정원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반면, 초화원은 중심부에 위치한 만큼 초화원을 정원으로 조성할 경우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했다.

이에 시는 피트 아우돌프측에 초화원으로의 대상지 변경을 정중히 요청했다. 피트 아우돌프는 화상 회의에서 시의 설명을 들은 뒤 장소 변경은 일단 수락했지만 부지를 1.2m 수준으로 성토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지난해 미국 디트로이트에 정원을 시공하던 중 집중호우로 정원이 물에 잠긴 사례를 감안, 태화강국가정원의 잦은 침수에 대비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시는 태화강국가정원이 하천부지인 만큼 조건 이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 내부에서도 장소 변경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피트 아우돌프는 오는 9월께 울산을 찾아 정원 조성 콘셉트를 밝히고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만약 피트 아우돌프가 초화원이 아닌 국화원을 대상지로 요구할 경우 사업 추진에 변수로 발생할 가능성이 생긴다.

한편 지역 정원업계에서는 시의 장소 변경 요청으로 자칫 태화강국가정원의 위상을 높일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세계적 거장을 초청한 뒤 장소 변경을 요청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며, 산림청의 태화강 국가정원 품질평가를 위해서라도 국화원 대신 자연주의 정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국화원의 수명이 다해 새로 조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존치를 고집하는 것은 순리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홍가 울산시 울산조경협회부회장은 “국화원을 대상으로 한 초안을 유지했다면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됐을 텐데 장소 변경으로 지연돼 아쉽다”며 “최적의 장소가 어디인지 울산시도 답을 알고 있는 만큼 결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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