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도심 숲 개발을 촉발시킨 것은 지난해 7월1일부터 적용된 공원 일몰제다. 공원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 결정 고시일로부터 20년이 경과할 때까지 시설 설치 사업이 시행되지 않을 경우 도시계획시설 결정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제도다.
20년이라는 기간을 제시했지만 울산시는 예산 사정 등을 이유로 대비에 소홀했고, 그 결과 도심 숲 훼손이라는 예견된 문제에 봉착했다. 향후 지속될 공원 일몰제 해제 후폭풍과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
◇예산 부족 이유로 대비 소홀
지난 2020년 7월1일 공원 일몰제가 시행되면서 해제된 울산의 장기미집행 공원은 총 36곳으로 면적은 1772만6000㎡였다. 당시 시가 추정한 사업비는 모두 2조3146억원에 달했다.
시는 2013년까지 도시공원 우선 보상 집행에 연 평균 100억원이 채 안되는 1088억6600만원을 사용했다. 이후 2014년 99억5500만원, 2015년 110억8800만원을 투입하다가, 일몰제 도래 5년 전인 2016년부터 연 평균 360억원을 공원 우선 보상에 집행했다. 20년간 도시공원 보상에 투자한 총액은 3085억원으로 평균 15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2019년 국토교통부의 공원 일몰제 대응 평가에서 울산의 공원 집행률은 30%로 전국 평균 52%에 크게 못미치며 최하위를 차지했다. 일몰대상 공원 중 조성 중인 공원 비율을 뜻하는 공원조성 계획률 역시 전국 평균 45%의 절반에 못 미치는 18%로, 13%인 세종과 함께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시는 광역시 승격 후 도시 확장을 감안한 공원시설 설정으로 공원 면적이 크게 늘어난 만큼 단순히 공원집행률이나 공원조성 계획률로만 판단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예산 대비 공원조성 재정투입액이 4.2%로 대전·서울·대구에 이어 4위에 오른 만큼 예산 투입을 등한시한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원에서 해제된 도심의 주요 녹지가 잇따라 개발되는 사례를 감안하면, 시의 전략 설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향후 20곳 추가 해제 대상
공원시설 해제를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예산 집행이 필요하지만, 시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면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2023년 이후 연차별 실효 대상 공원은 총 20곳이다. 2023년 2곳, 2024년 8곳, 2025년 1곳, 2030년 이후 8곳이다. 추정 보상 소요액은 1조1200억원이다.
산술적으로 매년 1000억원 수준의 거액을 공원 사업에 투입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어떤 공원의 개발 가능성이 높은지, 어떤 공원의 필요성이 높은지 등을 면밀히 판단해 예산 투입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향후 해제될 공원 중 대다수가 외곽에 위치해 있고, 개발제한구역이 포함돼 민간이 개발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화정지구의 사례를 감안하면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시는 방어진공원에서 해제된 화정지구의 민간 개발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했더라도 2000억원이 넘는 추정 사업비 탓에 민간 개발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는 수준이었지만, 아예 예상조차 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실책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난개발 막을 다양한 대안 검토를
일몰제에 따른 도심 숲 개발의 빌미가 된 예산 부족 문제는 향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공원녹지 관련 사업은 신성장 사업이나 복지 관련 사업 등에 비해 우선순위가 낮기 때문이다. 이에 적은 예산으로 효율적인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시는 지금까지 민간공원 특례제나 공원 임차제 등의 방안은 전혀 실행하지 않았다. 민간공원 특례제는 공원시설 개발을 민간에게 맡기되 공원 면적을 70% 이상 조성해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난개발을 막고 녹지의 상당 부분을 공원으로 존치할 수 있지만, 녹지의 일부가 사라지고 민간 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울산시도 이같은 이유로 민간공원 특례제 도입에 소극적 입장으로 일관해 현재와 같은 난개발 우려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공원 임차제는 공원 내 사유지를 매입하는 대신 임대료를 내고 공원을 사용하는 제도다. 부산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을 추진해 국토부의 우수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대구시는 주거 밀집도나 공원시설 설치 가능도, 주민 생활 반경 등을 분석해 제한된 예산으로 최대한 많은 주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최적의 공원을 선정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공원의 기능이 필요한 곳은 사업을 추진하지만 실질적 이용을 감안했을 때 외곽에 지정한 공원은 포기하는 것이 맞다”며 “현재 수립 중인 2035 공원녹지 기본계획에 적합한 관리 방안을 담겠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