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전 시장 “하명수사 의혹 은폐, 건설업자에 고발 유도”
靑 “정상적 절차따라 첩보 이관…언론보도는 사실 무근”
황운하 “악의적 무책임한 정치공세…출처 모르는게 당연”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이른바 ‘하명(下命) 수사’ 의혹이 청와대의 선거개입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이 ‘울산시장 비서실 압수수색 계획을 사전에 청와대에 보고’한 단서를 검찰이 확보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전 시장은 울산경찰이 ‘하명수사’ 의혹을 사전에 은폐하기 위해 첩보의 발원지인 A모 건설업자와 긴밀히 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울산경찰이 해당 첩보를 받은 일주일 뒤에 건설업자가 고발장을 접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석달 앞둔 2018년 3월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했던 경찰이 ‘압수수색 계획’을 사전에 청와대에 보고한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가 지난 2018년 3월16일 울산경찰이 김 시장 측근비리 의혹과 관련해 김 시장 비서실 등 5곳을 압수수색하기 전, 경찰청이 이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 계획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했다는 관련자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다는 게 요지다. 경찰이 압수수색 계획을 사전에 알려주는 것은 공무상비밀누설에 해당된다. 청와대 관계자가 경찰보고에 관여했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청와대가 비위 첩보를 경찰에 이관한 자체를 두고도 ‘적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검찰은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직권을 남용하고 선거에 개입했다는 내용의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다가 경찰이 김 전 시장 측근을 수사한 단서가 청와대에서 출발한 사실을 확인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생산된 첩보가 경찰청을 거쳐 울산지방경찰청에 이첩됐다는 내용이다.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의 감찰반 관련 규정에 따르면 청와대 감찰반의 감찰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장 등으로 제한된다. 당연히 선출직인 김 전 시장과 그의 비서실장, 동생 관련 비위는 감찰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첩보 취득과 이동 경로에 검찰의 수사력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 전 울산시장은 27일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가 공권력을 동원해 민심을 강도질한 전대미문의 악랄한 권력형 범죄를 자행했다”며 경찰의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울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청이 울산경찰청에 첩보를 하달한 시점은 2017년 12월29일. 첩보에는 김기현 전 시장의 동생 비리 사건도 포함됐다. 김 시장의 동생이 울산 아파트개발 이권에 개입했다는 내용으로, 이 사건은 이후 무혐의로 결론났다. 공교롭게도 첩보가 내려온 일주일 뒤인 2018년 1월5일 동생사건 첩보의 핵심인물인 건설업자 A(지난 26일 울산지검 징역 15년 구형)씨가 울산경찰에 같은 내용으로 고발장을 낸다.
김 전 시장은 울산경찰이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을 사전에 회피하기 위해 건설업자 A씨의 고발을 유도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고발장을 경찰이 대신해 작성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언론에 “민원인의 편의를 위해 경찰이 대필해 주는 경우도 있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이와 관련, 황운하 청장은 27일 오후 대전지방경찰청 기자실을 찾아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비위 첩보가 청와대에서 경찰로 전달돼 ‘하명수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 “악의적이고 무책임한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황 청장은 “경찰청에서 첩보가 오면 첩보의 출처가 어딘지, 청와대인지 검찰인지 알려고도 안하고 나타나지도 않는다”며 “울산시장 비서실장과 관련한 여러 종류의 비리로, 무슨 대단한 첩보라고 그렇게 관심있겠나. (출처를)모르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했다.
청와대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당시 청와대는 개별 사안에 대해 하명수사를 지시한 바가 없다”면서 “하명수사가 있었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의도로 표적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악의적인 시나리오”라고 반박했다.
고 대변인은 “청와대는 비위 혐의에 대한 첩보가 접수되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연한 절차를 두고 마치 하명수사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청와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사안을 처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수사인력을 대거 편성했다. 기존 사건의 공소유지를 담당할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한 모든 소속검사가 수사팀에 투입됐다. 황운하 청장에 대한 고소, 고발 사건을 수사해온 울산지검의 공공수사부 부장검사 1명을 포함해 검사 3명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합류시켰다. 최창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