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은의 우리글 우리말(36)]설날에 오가는 고향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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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은의 우리글 우리말(36)]설날에 오가는 고향 사투리
  • 경상일보
  • 승인 2022.01.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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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국어학자 주시경 선생님이 1911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 편찬을 시작했다. 이때 우리말 사전 원고 이름이 ‘말모이’이다.

조선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한글학회 등과 함께 ‘말모이,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을 기획 편찬했다. 2019년 10월에 시작해서 이듬해 8월까지 말모이 누리집에 등록된 단어가 2만2683개나 되었다.

이 중에서 표준어가 아닌 옛말과 입말 중에 <표준어국어대사전>과 국립국어원 누리집 <우리말샘>에 소개되지 않은 지역어를 가려 뽑아 사전을 편찬했다.(말모이,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말모이 편찬위원회, 시공사. 2021).

이 ‘말모이’에서 울산 지역 낱말을 임의로 선택해서 소개한다.

△개고랑창(개울)= 골짜기나 들에 흐르는 작은 물줄기. 경남에서 널리 쓰이는 ‘개고랑’은 ‘개울’과 ‘도랑’을 합쳐놓은 말이다. 울산에서는 큰 거랑을 ‘냉거랑’이라 하고, 작은 거랑을 ‘보또랑’이라고 한다. 거랑보다 작은 개울은 ‘개골착’ 또는 ‘도랑’이라고 한다.

△곡개이(익살)=우스운 말이나 몸짓. 저 집 사나는 술에 췌가 곡개이 지긴다.(저 집 사내는 술에 취해서 익살을 떤다.)

△껀데기(건더기)=국이나 찌개 따위의 국물이 있는 음식 속에 들어있는 국물 이외의 것.

△꽁등보리밥(꽁보리밥)=보리쌀로만 지은 밥. 아침에 일라 소물 믹이고 꽁등보리밥 묵고 핵교에 갔지.(아침에 일어나 소여물 먹이고 꽁보리밥 먹고 학교에 갔지.)

△니미락내미락하다(미루다)=일을 남에게 넘기다. 니미락내미락할 일이 따리 있지, 이리 중요한 일로 미라모 되나?(미룰 일이 따로 있지, 이렇게 중요한 일을 미루면 되니?)

그밖에도 지그럽다(가렵다), 지렁(간장), 질금(엿기름), 탁배기(막걸리) 등 울산 사투리가 많이 수록돼 있다.

우리 최고의 명절인 설날이 다가온다.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세배하고 덕담을 나눌 때, 고향에서 어린시절 친구들을 만날 때면 구수한 사투리 잔치가 벌어진다. 사투리 몇마디가 오가면 금세 친밀감과 정겨움이 되살아난다. 코로나19로 인해 그마저도 쉽지 않은 세상이 됐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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