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매에서는 현금으로 물건을 사오는데, 온누리상품권을 받으면 현금화도 못합니다. ‘골치아픈 종이’나 마찬가지에요.”
울산의 대표 시장인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 사용을 놓고 상인들은 물론 소비자들까지 혼란을 겪고 있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전통시장이 아니어서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취급하는 점포가 적지 않고, 최근에는 울산시가 시민들에게 일상회복지원금 중 2만원 상당을 온누리상품권으로 나눠주면서 실랑이도 잦다.
27일 울산시와 소상공인진흥공단 등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은 지난 2009년부터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판매를 촉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발행되고 있다. 울산에서는 매년 평균 300억원에 달하는 온누리상품권이 발행되고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울산시에 등록된 전통시장과 상점가 등 50여곳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상품권은 각 구·군에서 등록된 가맹점만 현금으로 정식 환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울산의 대표 시장인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전통시장에 등록돼 있지 않아 사용이 원활하지 않고, 상품권을 받더라도 가맹점이 아니어서 현금화가 어렵다.
신종코로나 이후 전통시장 활성화 등을 위해 전국적으로 대량 유통되면서 사실상 온누리상품권이 현금을 대체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청과동 한 상인은 “현금으로 경매봐서 물건을 사서 장사를 하고 그날 판 돈을 갖고 또 다음날 경매를 본다. 그런데 온누리상품권이 들어오면 현금으로 환전할 수가 없다. 다음날 경매에 쓸 현금을 다시 통장에서 빼야한다”며 “손님들이 온누리상품권을 가져왔는데 받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없다. 시장 이미지가 나빠지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소비자들은 이같은 속사정을 알지 못한 채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았다가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하지 못하면 지역 대표 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을 받지 않는다며 불만을 드러낸다.
이로 인해 설이나 추석 명절에는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 사용을 놓고 상인과 소비자간 옥신각신하는 일도 더욱 잦다. 다른 재래시장에서는 되는데 왜 여기는 받지 않느냐는 불만이다.
일각에서는 농수산물도매시장처럼 상품권을 취급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미가맹점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환전을 허용하는 방안을 찾던지, 아예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사용이 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